[현장에선] 피로감 가중시킨 국민지원금

송은아 입력 2021. 9. 1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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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으로 졸지에 온 국민이 88%와 12%로 나뉘었다.

못 받은 누군가는 "집 한 채 없는데 상위 12%인 게 말이 되나"고 호소한다.

"역시 전 국민에게 줬어야 했다" "하위 12% 지원이 맞았다"며 정부 비판이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분석해보니 전체 투입 예산 대비 매출 증대 효과는 26.2∼36.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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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으로 졸지에 온 국민이 88%와 12%로 나뉘었다. 못 받은 누군가는 “집 한 채 없는데 상위 12%인 게 말이 되나”고 호소한다. 다른 이가 “월급도 많으면서 겨우 25만원이 탐나냐”고 타박한다. “역시 전 국민에게 줬어야 했다” “하위 12% 지원이 맞았다”며 정부 비판이 이어진다. 가욋돈이 생긴 기쁨보다 정책이 불러온 잡음과 피로감이 더 크게 들리는 지경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은 일주일 만에 11만건이 넘었다. ‘25만원 없어도 살 만한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상위 12%라는 ‘정부 인증’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억울함 때문이다.
송은아 사회부 차장
지난 4년간 거듭된 정책 실패로 근로소득은 덧없어지고, 자산 격차로 박탈감만 커졌다. 그럼에도 반성과 책임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이번에 건강보험금을 기준으로 ‘당신은 상위 12%’라고 솎아내니 괘씸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월급 모아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크지 않았을지 모른다. 현 정권은 ‘자본수익률>노동소득 증가율’이라는 세계 경제 흐름을 늦추기는커녕 독선적 정책으로 기름을 들이부어 실낱같던 계층 이동 희망마저 날려버렸다. 이렇게 쌓인 실망감이 지원금 기준의 공정성 논란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 여론이 시끄럽자 ‘2% 더!’를 외치는 여권의 눈치보기 역시 한숨만 깊어지게 한다.

‘88+2% 지원’이 이런 소란을 무릅쓸만 큼 최적의 처방도 아니다. 생산활동과 무관한 정부의 현금 지원은 재정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의견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사회 곳곳에 돈이 돌아 최종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 이를 재정승수라 하는데, 정부가 1을 지출했을 때 일반적으로 재정승수가 0.4∼0.5라면, 재난지원금 같은 이전지출은 승수효과가 0.2∼0.3에 그친다.

올 상반기 여당이 경기부양을 위해 5차 지원금 카드를 꺼냈을 때부터 보편 지원은 효과가 작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분석해보니 전체 투입 예산 대비 매출 증대 효과는 26.2∼36.1%에 그쳤다. 100만원을 받은 가구가 30만원 안팎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투자하는 데 썼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금은 백신 접종 효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이다. 추가 돈 풀기보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과잉 유동성을 회수해야 할 때다. 현 정부 들어 300조원 넘게 불어난 국가채무도 큰일이다. 나랏빚은 내년이면 총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성 현금 살포를 통한 ‘잠깐 눈가리기식’ 경기부양은 국민의 바람과 거리가 멀다. 현 정권이 부추긴 불평등과 불공정 심화는 25만원 현금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건 그간의 실정을 책임지고 해결하려 애쓰는 정부의 진정성일 것이다. 아득히 벌어진 자산 격차, 심해져만 가는 수도권 쏠림, 인구절벽이 예고한 잿빛 미래에 대비하려는 성숙한 태도다. 당장 묘수가 나오기는 힘들다. 그러나 ‘계급 나누기’ 해프닝을 부른 지원금 뿌리기보다 이제라도 여론과 전문가 처방에 귀 기울이는 정책을 보고 싶다.

송은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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