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빅테크 기업 혁신의 싹 잘라선 안 돼
M&A 막으면 문제 해결 어려워
카카오는 최근 정부와 여당이 규제에 나서고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스마트 호출서비스를 폐지함과 동시에 택시기사용 유료 요금제를 내리고, 가맹택시 사업자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하며, 꽃·간식·샐러드 배달사업은 점진적으로 철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업은 접고 글로벌 사업과 혁신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마련하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단독 소유하며 카카오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케이큐브홀딩스는 사회적 기업으로 내놓는다는 강수도 두었다.
글로벌 규제 당국의 고민은 혁신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의 사업 방식이 전통산업과 달라 과거의 규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디지털경제는 초기의 대규모 투자가 성공 후의 한계비용 급감으로 보상받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되고, 제품의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사용자의 이용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크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빅테크 기업을 규제한다고 M&A를 막고 기업을 쪼개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기술과 혁신 역량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투자한 후, 주로 빅테크 기업에 매각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벤처투자자의 자금을 막으면 혁신이 저해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단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빅테크 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으며, R&D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에 성공하고 나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규제 강화는 투자 의욕을 저하해 혁신을 위축시킬 것이다. 반독점 규제로 기업이 쪼개지거나 사업을 매각하면 네트워크 효과가 줄어들거나 해체되고, 방대한 데이터가 흩어짐에 따라 서비스 질이 떨어져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규제 당국과 정치권은 과거에 적용했던 반독점규제의 틀에 연연하지 말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사고의 경쟁정책을 펼쳐야 한다.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경쟁정책도 혁신이 위협받지 않는 최적의 규제 수준을 밝혀내기 위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기술이나 사업 방식의 혁신 정도를 검토해 논란이 되는 기업 행위의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을 압도하지 않은데도 섣불리 규제에 나서 혁신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급박한 사회적 위해가 아니라면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빅테크 기업 간의 경쟁을 유도해서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글로벌 개방경제에서 시장지배력 행사 여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잠재적 경쟁자로 판단해야 한다. 규제 당사자인 빅테크 기업도 시장지배력 행사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를 포용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으로 혁신의 진정성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연강흠 연세대 명예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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