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같은 병을 앓더라도

- 입력 2021. 9. 1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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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병자들이 늘어간다.

특히 중한 병을 얻게 되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말 그대로, 동병상련.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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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병자들이 늘어간다. 정확하게는 늙어간다는 표현이 맞겠다. 건강하냐고 묻는 게 인사이고, 명의를 알고 있다는 게 큰 자산이다. 특히 중한 병을 얻게 되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거기에서 치료에 관한 정보도 얻고, 서로를 다독이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말 그대로, 동병상련.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정작 동병상련의 고사를 파고들면 일반인이 아는 상식과는 배치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중국 오(吳)나라의 오자서는 본래 초(楚)나라 명문가 출신이지만 비무기에게 모함을 입어 집안이 망한 까닭에 오나라로 망명을 갔다. 그는 합려가 왕이 되는 데 공을 세움으로써 합려의 신임을 받아 대부에 임명됐다. 공교롭게도 비무기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한 사람의 손자인 백비 또한 오나라로 망명해왔다. 오자서는 합려에게 백비를 추천했고 합려는 그를 대부에 임명했다.

합려가 백비를 맞이하는 잔치를 베풀자, 백비에 대해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사람이 오자서에게 주의를 주었다. 백비의 눈매나 걸음걸이를 보면 주저 없이 사람을 죽일 성품이니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자서는 자기와 백비가 똑같은 원한을 지니고 있다면서 “같은 병을 앓으면 서로 불쌍히 여기고, 같은 근심이 있으면 서로 구해준다”는 옛 시를 인용해 거절했다. 후일 백비는 월나라에 매수돼 오나라를 멸망의 길로 빠지게 했고, 오자서 또한 백비의 무고를 입어 분통하게 죽고 말았다. 동병상련의 인정에서 나온 은혜가 원수로 되돌아온 셈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끼리는 설명 없이도 이해될 부분이 많은 장점도 크지만, 처지만 같은 것을 사람조차 똑같은 것으로 오해해 파생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동의 적을 눈앞에 두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때, 폐쇄적인 결속력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면서 정상적인 판단력에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형제애를 과시하느라 만들지 않아도 될 적을 늘려나간다면, 안타깝게도 형제의 칼끝이 적의 칼끝보다 먼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병세의 경중도 따지지 않고 그저 자기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에게만 마음을 기울인다면 명의는 고사하고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겁지 않을까싶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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