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석유개발 10월1일 '분리'
[경향신문]
임시 주총 열고 물적분할 ‘의결’
신설 법인 지분 100% 소유 방식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반대
자회사 주식으로도 배당 가능해져
기존 주주의 ‘불만 달래기’ 해석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이 다음달 1일 독립법인으로 각각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물적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그룹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은 각 사업별 전문성 확보, 의사결정 속도 제고 및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시주총 승인으로 사업 분리가 결정됨에 따라 오는 10월1일부로 신설 법인 SK배터리(가칭)와 SK이엔피(가칭)가 업무를 시작한다.
이날 주총에는 전체 주주의 74.57%(6233만1624주)가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80.2%(4998만1081주)가 분할에 찬성했다.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최대주주인 SK와 기관투자가들이 찬성하며 분할안이 최종 통과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핵심 사업부의 비상장화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분할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올해 반기 기준 (주)SK 등 특수관계인 33.4%,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 10.8%, 국민연금 8.1%, 기타(외국인 및 국내 기관, 개인주주) 47.7% 등이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분할 후 배터리 사업 법인은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배터리 서비스 사업(BaaS),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석유개발 사업 법인은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각각 수행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더욱 높여,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라며 “회사 분할을 시발점으로 각사에 특화된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의 주요 목적이 배터리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인 만큼 업계에서는 SK배터리가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중국, 헝가리,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연간 40GWh(기가와트시)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기업공개(IPO) 시기에 대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년 하반기 IPO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그때는) 아니고,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97.9% 찬성률로 통과됐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금전 배당 외 자회사 주식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물적분할과 IPO 과정에서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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