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중과실 '추정' 쟁점.."가짜뉴스 피해 구제" vs "표현의 자유 침해"

서영민 2021. 9. 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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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언론중재법 개정안 연속 기획, 오늘(16일)부터는 핵심 별로 짚어봅니다.

여야가 27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며 만든 8인 협의체의 쟁점 중 하나는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한 거라는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입니다.

개정안은 고의적이거나 현저하게 부주의해서 문제가 될 보도를 유형별로 열거하고 있는데요,

이 고의.중과실을 누가, 또 어떻게 판단하느냐를 놓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거셌고, 법안 내용도 거듭 수정되고 있습니다.

서영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미디어를 비난할 때 쓴 말이 ‘가짜뉴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2017년 1월 :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무례하게 굴지마세요. 질문기회를 드리지 않을 겁니다. 기회 드리지 않을거라니까요. 당신네(CNN)는 가짜뉴스에요.”]

불리한 얘기를 가짜뉴스로 모는 일은 우리 정치권에서도 벌어집니다.

[이인영/2019년 10월 당시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 “못된 왜곡과 거짓 선동을 즉각 멈추기 바랍니다.”]

[나경원/2019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공수처 드라이브, 이제 가짜뉴스까지 만들어냅니다.”]

가짜 뉴스 판단은 이렇게 입장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습니다.

객관적 정의가 쉽지 않다는 얘깁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 뉴스 피해를 줄인다는 취지로,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보도를 사례와 유형을 통해 정의합니다.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9월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 “가짜 뉴스와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가짜 뉴스 피해구제법을 처리하기로...”]

이런 입법 취지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 침해를 놓고는 논란이 거셉니다.

야당과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들뿐 아니라 국제 언론단체와 미국 의회, UN에서까지 우려를 제기합니다.

특히 UN 특별 보고관은 ‘문구가 매우 모호하고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서 정부나 정치지도자 등에 대한 비판, 소수의 의견 표명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제화/변호사 : “한국 정도의 위상을 가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보편적 인권을 벗어나는 그런 입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논란 속에 법안은 이미 여러 차례 수정됐습니다.

고의 중과실을 정의한 사례는 당초 6개에서 3개로 줄었습니다.

‘보복·반복적 조작’ ‘충분한 검증 없는 복제 인용’ ‘제목이나 시각자료로 내용을 왜곡할 때’ 이렇게 세 항목이 남았습니다.

고의 중과실이 없다는 걸 언론사가 입증하게 한 것을 놓고도 취재원 보호를 포기하라는 거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이에 여당은 입증 책임 문구에서 ‘언론사’는 빼고 ‘법원’을 추가해 법원 판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지만, 고의 중과실을 규정한 ‘입법 취지 자체가 문제’란 비판은 여전합니다.

[정은령/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8월 17일 한국언론학회 토론회 당시 : “법적 규제가 언제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팩트체크 강화라든지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 등의 대책을 내놓는 것이고요.”]

[성재호/방송기자연합회장/9월 9일 국회 토론회 당시 : “(해외에선) 언론사를 지원함으로써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고자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습니다. 법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피해 구제 사이에서 법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안재우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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