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만 탄 3일 여행 첫 발사..가장 멀고 긴 우주관광 떠나다
[경향신문]
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 이어
스페이스X, 580㎞ 도달 ‘최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만 태운 우주 관광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우주정거장 방문이나 우주경계선을 찍고 돌아오는 기존의 준궤도 관광과 달리 이번 우주여행은 우주공간에서 3일 동안 머문 뒤 돌아온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민간 우주관광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여행은 지구 표면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가 인류의 가장 먼 유인 우주여행이라는 기록도 세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5일 오후 8시3분(현지시간, 한국시간 16일 오전 9시3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인스퍼레이션4’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우주관광 프로젝트에는 전문 우주비행사나 우주탐사기업 관계자 없이 일반 시민 4명만 참여했다. 신용카드 결제처리업체 시프트4페이먼트 창업자인 재러드 아이잭먼(38), 골수암 환자였던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전문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29), 애리조나 전문대학 지질학 강사 시안 프록터(51), 이라크전 참전 군인이자 록히드마틴의 데이터 기술자인 크리스 셈브로스키(41)가 그 주인공이다. 아르세노는 미국인 최연소로, 프록터는 사상 첫 흑인 여성으로 우주를 비행하게 됐다.
인스퍼레이션4는 억만장자 아이잭먼이 소아암 전문병원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기금 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직했다. 그는 지난 2월 스페이스X에 비용을 지불하고 크루드래건 좌석 4개를 통째로 구매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네 명을 모두 합쳐 2억달러(약 234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우주선에 탄 네 명은 지난 3월 말부터 약 6개월간 본업을 잠시 중단하고 우주비행 훈련을 받아왔다.
스페이스X의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인해 우주선에 탑승한 민간인들은 우주선을 직접 조종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우주비행이 지속되는 3일간 우주에서의 신체 변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스페이스X는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에 이어 민간 우주관광에 합류한 세 번째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번 우주여행은 역대 유인 우주선 중 가장 높은 고도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루드래건은 국제우주정거장(420㎞)과 허블 우주망원경(540㎞)보다 높은 궤도인 약 580㎞ 지점까지 올라갔다. 앞서 민간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는 상공 107㎞,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십투는 상공 86㎞까지만 도달했다. 크루드래건은 현재 음속의 22배인 시속 2만7359㎞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우주선은 19일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에 착수해 귀환할 예정이다.
우주관광 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산업 분석가인 마일스 월튼은 2030년까지 우주관광 산업이 40억달러(약 4조594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촬영을 위해 민간인이 우주를 관광할 계획도 세워져 있다. 러시아는 다음달 5일 자국 감독 클림 시펜코와 배우 율리아 페레실드, 일본의 부호 마에자와 유사쿠를 태운 소유스 MS-19호를 우주로 쏘아 올린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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