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치매전담실 디자인' 개발..노인요양시설도 '내 집처럼 편안하게'
[경향신문]
1인 공간·공동거실·주방 설치
치매 어르신 스스로 활동 유도
방 앞에는 이름·사진도 붙여
디자인 공유, 민간 확산 기대
‘치매에 걸리는 순간, 내가 살아온 삶의 공간도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치매라는 병이 기존에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공존’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4시간 내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찾아온다. 그래서 대다수 치매 어르신은 노인요양시설이나 주야간보호시설에서 남은 삶을 이어간다. 서울시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집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더라도 그 시설을 ‘내 집’과 같이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치매 어르신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치매 어르신이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맞춤형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치매전담실’은 기존 요양시설보다 넓은 1인 생활공간과 공동거실을 갖추고, 전문 요양인력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치매 어르신 전용 생활공간을 말한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이후 일반 노인요양시설마다 치매전담실 설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오픈소스’로 제공된다.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 설치를 원한다면 누구나 도안을 가져다 활용할 수 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의 핵심은 치매 어르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에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머물고 있지만 시설·병원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면서 치매 어르신의 행동패턴에 맞춘 디자인을 갖췄다.
어르신들 간에 즐겁고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공용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개인공간을 보장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치매전담실 중앙에 공동거실을 배치하고, 공동거실을 중심으로 방을 배열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르신들이 방을 나섰을 때 제일 먼저 밝고 환한 거실을 볼 수 있다. 이 디자인은 어르신이 병실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거실 한 쪽에 간이주방을 설치해 식사 시간마다 밥 짓는 냄새를 직접 맡게 하고, 안전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어르신이 직접 밥이나 국을 떠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서울형 모델이 제시하는 풍경이다.
어르신들의 ‘방’에 해당하는 생활실에는 집집마다 걸려있던 문패처럼 어르신의 이름과 사진을 붙이고, 생활실마다 손잡이 색깔을 달리해 어르신이 색 구별만으로도 자신의 방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도 제안했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최근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두 곳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설치·공사를 완료하고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주용태 문화본부장은 “오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어르신들의 생활 환경 공간의 중요성을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면서 “서울시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어 개발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을 적용해 공공요양 분야에서 선도적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민간 확산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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