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보단 논란?..'상속세 폐지' 꺼낸 최재형

유설희 기자 2021. 9. 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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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우려에도 공약 발표 강행..캠프 해체 배경 작용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을 발표했다. 경제·노동관에서 강경 우파적인 색채를 보여온 최 전 원장이 다시 초강수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캠프 해체에 이어 박스권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책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자 감세 공약으로 비칠 수 있다”며 캠프의 반대 의견이 높았는데도 최 전 원장이 밀어붙이면서 최근 캠프 해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은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4일 캠프 해체를 선언한 이후 첫 공약 발표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많은 분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은 “특정 세금이 중산층 국민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기업의 성장과 영속 자체를 막아선다면 그 세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유럽 국가 대부분이 상속세가 없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12개국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세수 감소 우려에는 “상속받은 재산이 현금, 예금이라면 소득세로 과세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면 처분하거나 이전할 때 과세하면 된다”고 밝혔다.

캠프 해체 배경에는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에 대한 최 전 원장과 기존 참모진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참모진은 “국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 공약이라고 여길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며 공약 발표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외부 자문그룹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약 발표를 결정했다고 한다.

상속세 폐지 공약을 총괄한 심동섭 경제특보(한국전자무역상거래진흥원 이사장)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중·삼중 과세라는 측면에서 상속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후보님과 협의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도 참모진 의견을 따르지 않아 많은 참모가 대거 캠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캠프에는 회계팀·총무팀 정도만 남았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한 참모는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니 기존 참모진보다는 외부 자문그룹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전 상황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속세 폐지 기자간담회 제동도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다”며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있다면 주변의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침해되어 가고 있는지…”라고 적었다.

최 전 원장은 공약 발표 뒤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은) 용기 내서라도 꺼내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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