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의 '견제구' 고민 커진 한국

김유진 기자 입력 2021. 9. 16. 20:55 수정 2021. 9. 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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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해 "핵심이익 존중"..대미 외교 부담 증가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이후 한국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왕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심이익의 상호 존중”을 언급했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고 명백하게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한국 등 동맹과의 대중국 공동 전선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외교적 부담이 커지게 됐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에게 내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첫 번째 요소로 “핵심이익 및 중대 관심사 존중”을 제시했다. ‘핵심이익’은 중국이 영토·주권·통일 차원에서 타협 불가능한 현안을 언급할 때 쓰는 표현이다.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 위구르, 남중국해 등이 이에 속한다. ‘중대 관심사’는 명확히 규정된 바는 없지만, 한국에 대해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비난할 때 사용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는 중국이 국가이익, 지역정세, 기타 이해관계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언급은 일단 지난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한 직접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서 미국 쪽으로 기운 한국 정부를 향해 적어도 중립을 지키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아울러 한국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미국의 각종 구상에 거리를 두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의회가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 등으로 확대 추진 중인 것을 “냉전시대 산물”로 규정한 데서도 중국 정부의 의중이 드러난다.

특히 왕 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이 아닌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요구했다. 중국 지도부가 그만큼 관련 사안을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왕 부장은 수교 30주년에 발맞춰 한·중협력을 다방면에서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을 통해 분명해진 중국의 한국 끌어당기기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 포위망 구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갈수록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으로선 동맹인 미국과의 정상 차원의 약속을 번복할 수 없고, 안보는 물론 반도체·5G·백신 등 각종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심화가 국익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경제의존도가 높고 북한 문제에서 협조가 필요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할 수도 없다.

특히 한국은 아프간 철군 이후 중국 견제를 최우선 전략 과제로 꼽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주목하는 잠재적 협력 상대국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AUKUS) 결성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관심사가 한·미·일 3국 협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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