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검사가 공판까지 담당,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현수 2021. 9.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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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조국·삼성 수사검사 수사·기소-공판 분리 어려움 토로
무리하게 유죄 이끌어내는 등 피의자 인권침해적 요소도
이복현 부장검사가 지난해 9월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가 ‘수사와 공판(재판) 분리 원칙’을 세운 김오수 검찰총장 방침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수사 검사가 공소유지까지 맡게 될 경우 인권침해적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과, 현실적으로 쟁점이 복잡한 큰 사건일수록 수사 검사가 공판까지 맡아야 효율적이라는 일선의 불만이 부딪힌 것이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15일 오후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앞으로 직관은 안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직관’은 사건 수사검사가 재판에 직접 들어가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공소유지까지 맡는 것을 뜻한다. 이 부장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등에 참여한 특수통 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공판이 남아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관련 공여자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불법승계 사건 등에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대검에서 ‘1재판부 1검사’ 제도를 추진하면서, 그 기저에서는 (김 총장이) ‘수사를 직접한 검사가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고 하시며 최근 현안 사건 직관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최근 며칠간 공소유지를 하면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이 재판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검찰개혁에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유죄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무죄가 빵빵 터지더라도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대검 방침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 사건과 관련해, 대검에 근무하는 후배들에게 공소유지를 같이 하자고 했지만 총장께서 생각을 달리하신다는 이유로 함께 재판에 관여하지 못했다”며 “총장께서 사안이 복잡한 사건에 관해 수사를 한 검사가 공판에 관여하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왜 수사 관여 검사로 하여금 공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시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검사는 또 “수사 관여 검사가 공판에 관여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면 저야말로 앞으로는 공판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소유지 인원이라든가 방식 등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답답함을 적은 것이다. (글 내용 가운데)무죄가 빵빵 터진다는 부분은, 실제로 무죄가 났다는 것이 아니라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면 앞으로 무죄가 날 수 있다는 걱정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와 기소, 공판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꾸준히 논의해 온 사안이다. 여당은 올해 초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립을 추진했다. 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으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고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사퇴했다. 후임인 김 총장 역시 후보자 당시 중수청 신설과 관련해 “공수처 등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를 조속히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과제”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비췄다. 다만 김 총장은 취임 후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설립해 기존 방안을 완화한 ‘1재판부 1검사’ 체제 도입을 논의했다. 재판에 들어가는 공판부를 강화해, 사실상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사 검사가 재판에 들어가 무리하게 유죄를 이끌어내는 등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적인 요소를 배제하겠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사 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쟁점이 많은 큰 사건일수록 들여다 볼 내용이 많고, 사건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가 공판만 담당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수만장에 이르는 기록을 검토하고, 대형로펌 변호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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