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겨누는 ICC ..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반인륜 범죄'로 수사 승인
[경향신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반인권 조치들을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ICC는 15일(현지시간) “필리핀 영토에서 벌어진 마약과의 전쟁 관련 범죄를 수사하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ICC는 “마약과의 전쟁은 정당한 사법집행이 아니라 조직적인 민간인 공격”이라며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파투 벤수다 전 ICC 검사장은 지난 6월에 필리핀에서 반인륜 범죄가 벌어졌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ICC에 수사 승인을 요청했다. 2002년 발효된 로마규정에 따르면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 국제적인 중대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ICC 관할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ICC의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은 2011년 11월1일부터 2019년 3월16일까지 필리핀 영토 내에서 마약과의 전쟁 명목으로 벌어진 살인 등 강력범죄들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 재직 시절 다바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1998년, 2001~2010년, 2013~2016년 다바오 시장을 역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7월 취임과 동시에 필리핀 내 마약 유통의 뿌리를 뽑겠다며 마약 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마약 범죄 연루 혐의가 의심되면 재판 없이 즉결처형하는 것도 당국이 눈 감았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 집계로도 지난 5년간 60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사망자 규모가 수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빈곤층 젊은 남성들이 주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거물 마약상보다 손쉬운 소규모 동네 마약상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며 묻지마식 사살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2019년 3월 ICC 탈퇴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는 용의자들을 사살할 것을 지시했을 뿐 묻지마식 살인은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으로 출마할 것을 밝히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업체 펄스 아시아에 따르면 필리핀 내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과 자신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론 모두 70%가 넘는다. 필리핀을 병들게 하는 마약 범죄를 뿌리 뽑을 것을 원하지만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현지 인권단체와 가톨릭계는 빈곤이 마약사범 양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소득 개선과 재활 치료에 중점을 둘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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