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백마 탄 초인' 없는 대선 경쟁

입력 2021. 9. 16. 19:42 수정 2021. 9.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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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스웨덴 경제학자 린더 (Linder)는 한나라의 잠재적 수출상품은 그 상품에 대한 국내시장이 존재해야 하며 국내시장의 존재는 1인당 국민소득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린더의 가설은 6개월 후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최종 대선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여야는 이미 경선 절차에 돌입했다. 경선 후보들이 이미 정해진 상태여서 이제 우리는 경선 후보들 중에서 한명이 내년 3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으로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현재 여야의 경선 과정에 참가하고 있는 경선 후보들은 우리 국민 가운데에서 선택되었으며, 경선 후보들의 수준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나 평균적인 정치의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육사의 시 '광야'에 나오는 '백마 탄 초인'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백마 탄 초인'은 아닐지라도 강인한 의지와 지도력을 가진 한 사람이 선택되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영도해갈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말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면 우리 국민은 어떠한 기준을 갖고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인가?

그 첫번째 기준은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역량과 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였으나 1970년대 초에는 베트남에서 그리고 50년이 지난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쓰라린 패배를 경험하게 되었다.

공통점은 두 전쟁 모두 게릴라 전쟁의 양산을 띈 전쟁이었다. 결국 미국이 지원한 현지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미군의 엄청난 희생과 원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포기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미국은 2차대전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국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 간의 국공합작과 내전에서 국민당을 지원하였으나 결국 중국 본토를 중국공산당에 내어주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하였다.

결국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돕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구제해줄 수 없다는 냉엄한 역사적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스스로를 돕는 국민'들을 이끌고 영도해야 할 대선후보는 '백마 탄 초인'으로 나타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야의 경선 후보들 가운데에서 선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 선정할 수 밖에 없게 된 대선후보의 두번째 기준은 대한민국이 선택해온 두 가지 가치, 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보전하고 강화해 갈 수 있는 후보가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민주주의에서 일탈하는 후보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들이 '민족적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민족주의' 등 민주주의에 갖가지 형용사와 접두어를 붙이는 단어들이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일탈하는 '토지공개념', '기본소득', '보편적 복지', '평생복지' 등의 황당한 용어들이다. 대개 '인기 영합주의'를 앞세우는 후보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우리 국민들이 내년 3월에 당면하게 될 대통령 후보들 중에서의 '선택'의 문제를 경제학적 용어로는 '차선의 선택'(second-best choice)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의 국가기간산업을 보호·육성할 필요가 있을 때 그 산업에 직접보조금(최선의 선택)을 지급하는 것이 관세(차선의 정책)로 그 산업을 보호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정치적으로 보조금이 특례 시비의 대상이 되어 불가능할 때는 경제정책 관세정책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이론이다.

'백마 탄 초인'을 선택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first-best choice)은 이미 불가능하므로 가장 합당한 '차선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다시 '린더의 가설'을 되새겨보면 내년 3월 대선 결과는 우리 국민들의 1인당 국민소득에 상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대선 결과는 한국의 정치·경제가 선진국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알려줄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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