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는 주고 어디는 안 주고"..지원금 형평성 논란

이준석 2021. 9. 16. 19: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부산][앵커]

'전 국민이냐, 88%냐.'

정부의 국민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수영구가 긴급 생활안정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구민에게 지원금을 줬는데요,

사는 곳에 따라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문제가 또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말부터 모든 구민에게 1인당 5만 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수영구.

구민들은 하나같이 위로받는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조임례/수영구민 : "하늘에서 누가 돈을 주겠습니까. 땅을 파봐라. 5만 원이 생기나. 위로가 되죠."]

이번 생활안정자금 지원에 든 예산은 모두 88억 원.

선불카드 형태의 지원금은 수영구 '골목상권'에서만 쓰게 했는데, 생산 유발 효과는 투입한 예산보다 2배가 넘을 것으로 수영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수영구가 자체 지원금을 주기로 하고, 예산을 끌어온 곳은 '예비비'입니다.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대비해 용도를 정하지 않고 쌓아두는 예산인데, 수영구는 올해 2차 추경까지 거치며 쌓아 둔 예비비 161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다시 구민에게 돌려줬습니다.

[강성태/수영구청장 :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하는 소식이 매일 들려오지 않습니까. 그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그러면 그게 재난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예비비를 (안 쓰면) 그럼 언제 쓸 거냐…."]

지난해의 경우 정부 재난지원금과는 별도로 16개 모든 구·군에서도 자체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수영구뿐입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수영구에서는 무리해서 (자체 지원금을) 준다고 하니까 우리로서는 참 어떻게 여력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또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코로나19로 똑같이 힘든 상황이지만, 사는 곳에 따라 지원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

여기다 정부 상생 국민지원금마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코로나19 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

[앵커]

수영구가 부산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요,

다른 곳에 사는 주민들은 우리 구·군은 왜 안 주나, 궁금해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이 문제,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준석 기자 어서 오세요.

앞서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수영구는 예비비를 활용해서 예산을 마련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다른 구·군의 예비비 현황인데요,

이 부분도 살펴봤죠?

[기자]

네, 먼저 수영구 예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올해 본예산에서 편성한 예비비는 모두 126억 8천여만 원입니다.

그런데 올해 2번의 추경을 거치며 예비비가 30억 원 이상 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예비비가 161억여 원인데, 수영구는 이 예비비를 마냥 쌓아둘 것이 아니라, 구민에게 돌려주자고 해서 1인당 5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재난 상황이니만큼 예비비를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수영구를 포함해서 부산 16개 구·군의 본예산 예비비는 천87억여 원이었거든요.

이후 추경에서 8월 말 현재 편성된 금액은 2천497억 원으로, 처음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구·군 별로 많게는 6~7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습니다.

실제 예비비가 많이 늘어났으니까 수영구가 한 것처럼 다른 구·군도 예비비를 활용해서 지원금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수영구 말고 다른 사례도 있을 텐데요,

전국적으로 이렇게 예비비를 활용해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먼저 부산 동구 사례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동구에서는 어제 추경 예산안이 통과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달 27일부터 만 18세 이상 백신을 맞은 구민에게 1인당 5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주민에게도 지급하는데요,

동구는 지난해에 끝내 쓰지 못하고 남은 예산을 주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구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성격과는 조금 다르지만, 당장 쓰지 않는 예산을 주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는 수영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보면 강원도 양구군, 정선군 충남 공주시, 논산시 전북 정읍시 등 곳곳에서 예비비 등을 활용해 전 주민에게 지원금을 주거나 아니면 이번 정부 상생 국민지원금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기로 했습니다.

결정은 안 났지만 자체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곳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부산에서도 이미 사례가 있는 만큼 다른 자치 구·군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 일선 구·군은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네, 각 구·군의 사정은 다르지만, 예비비를 활용해서 지원금을 줄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다들 입장이 비슷했습니다.

사업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뒀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업 진행이 안 돼 이 예산을 예비비로 넣어두는 등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예비비가 많다고 해서 이 돈의 쓰임이 없는 건 아니다, 구·군에서 별도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써야 해서 막 쓸 수만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코로나19 상황이야말로 당장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재난이라고 말이죠.

특히 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전국 다른 기초자치단체를 보더라도 부산의 구·군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도 많거든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예산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단체장은 물론 구·군의회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네, 수영구나 동구도 다른 곳보다 마냥 예산 형편이 낫다고는 볼 수 없을 텐데, 이렇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걸 보면 '의지 문제'라는 게 이해가 되네요.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이한범/영상편집:김종수/그래픽:최유리

이준석 기자 (alleylee@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