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기자'로 대박 쳤지만..쿠팡플레이 'SNL'이 남긴 딜레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며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 웨이브·티빙·왓챠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뛰어든 쿠팡플레이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SNL 코리아'가 대박을 치면서다.
화려하게 부활한 SNL의 인기 이면에는 미디어 생태계에 갓 편입된 OTT 딜레마도 보인다. '자유로움'이 장점인 플랫폼인데도 선정성 논란이 발목을 잡아서다.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규제·정책으로 SNL을 쿠팡플레이 독점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판 '아마존 프라임'으로 불리는 쿠팡플레이가 화제를 낳고 있다. 공격적인 서비스로 국내 OTT 시장에서 5위로 성장했다. 일등공신은 지난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 SNL 코리아다. tvN에서 미국 포맷을 각색해 선보였던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는데, 기존 출연·제작진이 재결합하고 배우 이병헌이 호스트로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SNL 코리아는 지난 11일 공개된 '인턴 기자' 코너로 화제성이 치솟았다. 신인 배우 주현영이 발표, 면접 자리에서 당찬 패기와 달리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20대의 말투와 표정을 절묘하게 재현했다. 어딘가 어색한 제스처에 "질문? 지적? 아무튼 뭐 감사합니다"라며 당황하는 모습이 MZ(밀레니얼+제트)세대의 공감대를 얻었다.
이를 시청한 대다수가 '현실고증을 제대로 했다'며 열광했지만 일각에선 약자로 표상되는 20대를 조롱했다거나 젊은 여성을 희화화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방송 수위가 폭력적으로 비춰진다는 이유에서다. OTT가 TV 등 레거시 미디어보다 형식과 표현에서 자유롭지만 과거 TV 예능프로그램들이 겪었던 콘텐츠 선정성 비판을 피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시청자가 거의 없는 중소 DMB 방송의 심야시간대 송출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쿠팡플레이에서만 공개돼야 할 프로그램이 다른 곳에서 먼저 방송된 것인데, 이는 방송 심의 규정이 낳은 결과다. 현재 OTT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등급심의를 받아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 고육책인 셈이다.
국내 OTT 플랫폼이 급증하고 제공되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영등위의 심의가 하루 이틀만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 1~2주를 기다려야 하는데, 매주 제작을 하며 다루는 내용도 시의성 있는 콘텐츠가 많아 속도감이 필요한 SNL같은 프로그램에는 치명적이다. 반면 방송사를 통해 방영하는 프로그램은 사후 심의를 받으면 돼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편법을 쓴 셈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쿠팡플레이를 비판하긴 어렵다. 불법도 아닐 뿐더러 OTT시대가 도래하며 국경 없는 경쟁으로 '리얼타임' 콘텐츠들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심의문제는 국내 OTT 플랫폼을 옥죄는 낡은 규제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OTT들도 외부유출의 리스크를 무릅쓰고 호흡이 짧은 콘텐츠나 글로벌 동시개봉 작품을 공개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써왔다.
이에 따라 정부도 규제 손질에 시동을 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OTT 사업자가 영등위를 거치지 않고 TV처럼 자율적 콘텐츠 등급분류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언제부터 OTT의 자율심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황혜정 티빙 콘텐츠 국장은 최근 MPA(영화협회) 코리아가 주최한 OTT 산업 관련 포럼에서 "현재 OTT 물량이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고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안전한 공급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영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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