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산대교 논란, 핵심은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다

윤종열 기자 2021. 9.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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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서울경제]

일산대교 논란이 뜨겁다.

지난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산대교의 민자사업자운영권을 회수하고 공익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가 사들여 10월부터 무료 통행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통행료를 받고 있는 일산대교에 대한 경기도민들의 불만을 반영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 국민연금부담 손실 등 비판이 거세다. 일부 주민과 전 국민의 이해충돌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무리한 재정지출로 인한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이라는 제도, 일산대교의 특성, 국민연금과 재정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산대교라는 개별 사안의 문제점은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제도의 문제점에서 시작된다.

민자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여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운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민간투자법)’ 고 규정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의 본래 의미는 민간의 자금으로 건설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제도이다.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매우 상식적인 원칙이다. 따라서 민간투자제도가 법제화된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유치촉진법’이 1994년 제정되면서 이 원칙이 명시됐다.

이러한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천만관객 영화인 ‘괴물’의 배경이 되었던 원효대교 사례 때문이다.

원효대교는 한강대교와 마포대교의 과중한 교통량을 분산 처리하기 위해 1981년 10월 준공한 13번째 한강 교량이다. 소요 공사비 225억원 전액을 시공자인 동아건설에서 부담했다. 당시 동아건설은 200원씩의 통행료를 받는 유료도로였는데 이용자가 적어 적자만 누적되자 1984년 서울시에 기증하게 된다. 그야말로 민간이 투자하고 이익과 위험을 모두 가지는 순수한 민간투자사업이다.

이러던 것이 IMF 외환위기 이후 1999년 ‘민간투자법’으로 개정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로 인해 민간투자사업은 급격히 증가한다. 재정도 투입해주고, 손해도 보장해주어 위험도 없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공용지 매입이나 사용료 감면 등은 비용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또한 자금조달에도 제한을 풀어 금융비용으로 충당하게 한다. 이때 일산대교에서도 논란이 되는 20%의 후순위 채권도 활성화된다,

민간투자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확대됐다. 더구나 민영화 문제와 결부되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일산대교도 논란이 커지던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민자사업에 대한 거센 반발로 인해 2009년 MRG제도는 폐지된다. 하지만 불소급 원칙에 의해 이미 시작되고 운영되는 사업들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일산대교도 그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MRG를 도입했던 수익형민자사업(BTO)은 지금까지 99조를 투입했고, 2021년에도 1조 205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매우 큰 SOC 사업 중 하나이다.

참고로 99조원 중 민간투자는 62조원, 공공투자는 37조원에 이른다. 물론 공유지 사용 등의 비용은 제외한 것이다. 결국 재정보완과 민간의 창의성 증대라는 원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민간은 망할 위험이 없는 사업에 땅 짚고 헤엄치는 익익을 보는 밀명 ‘봉이 김선달’ 사업이 된 것이다. 수단이었던 민간투자 혹은 민간참여가 목적이 되고 말았다. 수단과 목적이 바뀌는 목적 전치가 된 것이다. 이러한 민자사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는 일산대교는 민간투자사업에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일산대교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간투자사업의 원칙에 의한다면 지역 간 형평성에 대체도로가 있어야 한다. 원효대교 사례처럼 대체도로가 있어야 경쟁을 통한 민간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28개의 한강다리 중 유일한 유료도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대체도로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것은 손실위험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 손실보전협약으로 근처에 다른 도로를 건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공공이 운영하지 않고 민간이 운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른 27개의 다리를 왜 공공이 건설하고 운영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일산대교가 무료화되면 기존 운영비용 절감과 사용자 편익, 이용자의 가처분소득 등 1조원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결국, 시설에 그리고 그 시설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리고 일산대교는 만들어질 때 공유지 무상사용혜택에 더하여 이미 300여억원의 재원을 투자했고 2020년까지 10년간 388억원의 최소운영 수입보장액을 지출했다. 민자사업에 맞지 않다.

셋째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문제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민연금 공단은 2,561억원의 투자 중 2,212억원을 회수했다. 이중 금융으로 309억원을 투자하여 2,155억원을 회수했다. 국민연금은 이 사업으로 8%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8년까지 운영하게 된다. 미래시점 기준으로 7,00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같은 저금리 시대에 거의 떼돈을 버는 수준이다. 특히 선순위 8%는 물론이고, 후순위 채권 20%는 사채 수준이다.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내린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익을 봐야 하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의 일이다. 그 자체로는 칭찬받을 일이다. 문제는 그 고수익 창출이 우리 국민들에게 한다는 점이다. 만약 해외에서 그러한 이익을 거둔다면 격찬해야 할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주머니에서,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지출한 돈으로 이익을 거둔다면 이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국민경제 전체를 보아야 한다. 경기도민이라는 ‘아랫돌’ 빼 국민연금 수혜자라는 ‘윗돌’에 괴는 방식이 되었다. 이런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전임 남경필지사도 통행료인하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패소했다. 경기도민의 90%도 통행료 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의 이익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이익을 보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으로 살아가는 ‘민자사업 족’들이고, 국민들은 통행료로 이들을 먹여 살리거나 사실상의 세금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민자사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제 본래의 민자사업 취지로 돌아가던지, 이런 공공 기생계층들을 위한 민자사업이라면 폐지가 답이다. 그리고 일산대교는 무료화가 맞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기다리지 않고 선 무료화 하는 것도 해법이다. 목적은 주민의 편익이다. 제도는 수단이다.

윤종열 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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