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량안보' 안전망 구축.. 추락하는 식량자급률 높일까[첫 국가식량계획]

김용훈 입력 2021. 9. 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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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전문생산단지 50개로 늘려
2025년까지 자급률 5%로 확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
음식물 폐기 줄여 연간 1조 효과

국제곡물 가격 상승과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차질로 인해 식량 안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뒤늦게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다. 비축제도를 개선하고 곡물 생산단지 인프라를 확충해 국민의 먹거리 공급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3년부터 시행키로 한 '소비기한 표시제'는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아직 섭취할 수 있음에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 연간 약 1조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년 전 "곡물자급률 32%"

16일 관련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관계부처는 국가식량계획을 통해 국제곡물 가격 상승,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차질 등으로 인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먹거리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 3대 중점과제를 골자로 하는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콩의 자급률을 2025년까지 각각 5.0%, 33.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는 줄고 밀·콩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밀 소비량은 연간 212만8000t에 달한다.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3.0㎏으로 쌀(59.2㎏) 다음으로 많다. 밀은 이미 '제2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의 99% 이상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의존율을 낮출 방안으로 지난해 27개에 불과한 밀 전문 생산단지를 5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 계획이 실제 성과를 거둬 2025년 밀 자급률을 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지금까지 발표한 국가식량계획과 유사한 자급률 개선 목표를 달성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식량자급률 70.0%, 곡물자급률 32.0%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9.6%까지 떨어졌다.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실제 1980년 69.6%에 달했던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까지 떨어졌다. 이후 자급률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져 2019년 45.8%까지 10년 새 10.4%포인트 하락했다. 오는 10월 2020년 식량자급률 수치가 예고돼 있지만 자급률이 기상악화로 더 퇴보했을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 콩 자급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콩은 26.7%로 그나마 두자릿수를 지키고 있지만, 밀은 지난 2010년 1.7%에서 2019년 0.7%까지 떨어졌다. 10년간 2%를 넘어선 적이 한번도 없다.

■'소비기한 표시제' 경제적 효과 年 1조

국가식량계획이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란 평가가 대다수지만, 2023년부터 시행키로 한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정부가 발표한 소비기한 표시제는 기존 '유통기한'을 대신하게 될 전망이다. 유통기한이 소비자에게 음식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점을 표기한 것이라면 소비기한은 해당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더 길 수밖에 없다. 그간 먹거리 소비단계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줄일 수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기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꿔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소비자 8860억원, 산업체 260억원, 처리비용 175억원 등 연간 약 1조원에 달한다. 다만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먹거리 안전 등 부작용은 보완해야 할 문제다. 늘어나는 기한 탓에 상한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유제품 등 냉장보관기준을 개선해야 하는 품목에 대해선 8년 이내 유예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시행을 위해선 관련 법 개정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경종농업·축산 등 분야별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농식품분야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2020년 266㎏/㏊에서 2025년 233㎏/㏊로 낮추고, 가축분뇨 정화·에너지화 등도 추진한다. 지열·폐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시설원예 면적도 2019년 849㏊에서 오는 2030년까지 119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농식품 바우처 사업 계획을 수립, 내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 취약계층의 '먹거리 기본권'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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