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국내 처음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 '보이스(김선·김곡 감독)'에서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총책 곽프로 역을 맡아 훨훨 날아다녔다. 데뷔 이래 연기로 혹평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는, 본업 잘하는 배우로 관객들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보였지만 곽프로는 적당선을 뛰어 넘었다. 곽프로에게 쏟아내고 싶은 분노 이상으로 김무열을 향한 칭찬이 먼저 터져 나온다.
극중 곽프로는 한 때 잘나가는 금융권 종사자에서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콜센터 기획실 에이스 자리에 올라간 인물로 설정됐다. 젠틀함에서 나오는 비열함, 뱀 같은 처세술과 함께 빛나는 야비함을 김무열은 비주얼과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자답게,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인물인지 파악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귀에 쏙쏙 박히는 발성이 속터지는 흐름 속 탄산같은 몰입도를 높이고, 실제 그러한 대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쇼타임' '선수입장' 등과 엇비슷한 상황도 김무열은 다른 표현 방식으로 오글거리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나름 그들만의 왕국에서 힘을 가지고 범죄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지만 결국 대단하지 않은, 열등감 덩어리인 내면도 엿보이게 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대체 왜 그렇게 연기를 잘했냐"는 감상이 질문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는 공공의 적을 롤로델로 만들어 놓고, 오로지 그것만 향해 달렸다는 김무열은 "모두 날 미워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확고한 목표를 드러냈다. 오랜만에 연기를 너무 잘해 악역임에도 배우가 호감이 된 케이스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에 당하는 피해자들을 가지고 놀듯, 언밸런스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인 편안함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가지고 논 김무열. 올 추석 '보이스'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얼굴을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15일 개봉 후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추석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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