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3000억 제안에도..소상공인 "눈가리고 아웅" 분노

최현주 입력 2021. 9. 16. 17:14 수정 2021. 9. 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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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의장. [사진 카카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만 자르는 면피용 대책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길 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상생방안을 내놨지만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6일 카카오의 상생방안에 대해 “공정위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국감에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면피용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의 주요 상생방안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사업 철수, 카카오T의 스마트호출 폐지, 소상공인 등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3000억원 상생기금 조성, 사실상 카카오 지주사라는 지적을 받던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카카오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또 택시 업계도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은 카카오의 상생안에 대한 성명을 통해 “국민적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소통'없는 일방적인 선언"


소상공인이나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상생안을 비판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소통 결여다. 카카오는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가 모인 전체 회의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상생안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이나 택시업계는 자신들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면서 어떤 논의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며 반감을 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과 관련된 어떤 단체와 협의도 전혀 없었고 본인들의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택시 운전자 10명 중 9명이 가입한 카카오T. [뉴스1]

"수수료 큰 사업은 철수계획서 제외"


소상공인들은 또 카카오의 일부 사업 철수 방안에도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카카오가 정작 논란이 큰 대리운전이나 헤어샵 예약 서비스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않고 배달 중개 서비스 철수 의사만 밝혔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그래서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만 자른 것"이라고 비판한다. 카카오는 현재 계열사(6월 말 기준) 158개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계열사만 117개다. 2018년 국내 계열사는 65곳이었지만, 불과 3년만에 새 계열사가 80% 늘어난 것이다.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식 확장’이라고 소상공인들이 비판하는 이유다.

카카오 사업중에는 카톡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변 미용실을 예약할 수 있는 ‘카카오 헤어샵’, 택시기사가 호출을 우선 받을 수 있는 ‘프로멤버십’,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 대리’ 등이 대표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 헤어샵을 이용해 고객이 처음 해당 미용실을 방문했다면 수수료가 이용금액의 25%다. 고객이 헤어 파마를 10만원을 주고 이용했다면 카카오의 몫이 2만5000원이다. 평균 수수료도 12%가 넘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정작 논란이 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며 카카오의 상생방안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카카오는 또 1000~2000원을 내면 택시를 더 빨리 호출할 수 있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택시업계는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배차권’의 월정액 상품인 ‘프로멤버십’은 여전히 운영하기 때문이다. 월정액을 내고 프로멤버십에 가입하면 해당 택시 기사가 원하는 지역으로 가려는 고객의 호출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는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T는 국내 택시기사 10명 중 9명이 가입해 있다. 국토교통부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김상훈 국민의 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4만3709명 중 22만6154명이 이 앱을 이용(8월 기준)한다. 전체 92.8%다.

택시 관련 단체들은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는) 스마트호출 수수료 폐지에 따른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익 보전을 위한 것일 뿐이며 프로멤버십 제도는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점이라 폐지를 주장했지만, 가격 인하에 그치는 것은 택시 업계를 기만하는 것으로 상생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중소 제조사의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카카오메이커스’는 수수료가 30%에 이른다.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평균 수수료도 10%대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는 평균 5% 대 수수료를 받는다.


"3000억 집행 계획도 없어"


마지막으로 소상공인들은 카카오가 제시한 상생 자금 3000억의 구체적인 집행 계획도 없다고 지적한다. 카카오는 앞으로 5년간 계열사와 함께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14일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했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어디에 쓰겠다는 지 계획도 없이 느닷없이 3000억을 들고나왔다”며 “실제 상생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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