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운송 노동자들 집단해고..파업 장기화 전망

김용희 2021. 9.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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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차량 추가 투입 노선안 놓고 갈등
매장업주 "원재료 공급 안 돼 피해 극심"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16일 SPC호남물류센터가 있는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해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증차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파리바게뜨 원재료 배송노동자들이 계약 해지통보를 받고 손해배상청구를 당하자 반발하는 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며 원재료를 납품받지 못한 매장업주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텅 빈 판매대를 보며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16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2지부 에스피씨(SPC)지회(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 보름째를 맞았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에스피씨와 계약한 운송대행업체(운송사) 소속 화물차 운전기사로 구성된 노조는 올해 1월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며 배송차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에스피씨는 6월 차량 2대를 증차했다. 하지만 노조(조합원 40명), 한국노총(13명), 운송사가 각각 제시한 노선 변경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추가 차량 2대는 투입되지 않았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시외지역 노선의 거리가 먼 만큼 시내권 노선을 1개로 줄여 추가 차량 2대를 포함한 4대를 시외권 노선으로 투입하자고 요구했다. 16개 노선의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노총 쪽은 광주 시내권 노선이 힘들기 때문에 추가 차량 2대를 시내권 노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수사 쪽에서는 노조 안과 비슷한 안을 제시했다.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공장에 있는 에스피시 호남물류센터에서 차량 28대가 16개 노선을 돌며 광주·전남·전북 일부 지역 매장 300여개로 반죽·완제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각 노선은 15∼20개 매장으로 구성되며 거리는 각각 다르다. 이 중 2개 노선(차량 총 4대)은 운송거리가 짧은 대신 배송물량이 많은 광주 시내권이다.

6월부터 시작된 노선 변경안 협상은 8월 초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8월 6일과 20일 에스피씨에 공문을 보내 노선을 확정하고 차량을 투입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에스피씨가 유류비, 톨게이트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노선안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8월 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운송사는 자체 권한으로 노선 안을 확정하겠다고 에스피씨에 통보했지만 에스피씨는 운송사의 노선안이 효율적이지 않다며 다시 수립하라고 했다.

노조는 에스피씨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노선안을 거절하고 있다며 이달 2일 파업에 나섰고 광주 포함 전국 11개 물류센터 운수사 조합원들도 15일부터 동맹파업에 나섰다. 파업을 하던 중 광주 호남샤니 공장 앞에서는 노조원 28명이 에스피씨의 대체차량 통행을 막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각 매장이 원재료를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자 매장업주들은 에스피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에스피씨는 16일 운송사와 운송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운송사도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개인당 400만∼600만원) 청구와 함께 위 수탁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에스피씨는 노조와 운송사의 합의사항을 묵살하면서 이번 사태가 마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갈등으로 불거진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에스피씨는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추석 전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에스피씨지회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노선안 협의를 하려고 해도 시외지역 증차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안을 고수해 대화가 안 되고 있다. 우리도 이번 파업으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에스피씨는 “사쪽은 증차를 했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선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번 일이 발생했다. 운수사의 배송노선 운영에 회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운수사에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 중”이라고 밝혔다.

각 파리바게뜨 매장 업주들은 이번 파업으로 애꿎은 매장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의 한 파라바게뜨 매장 업주는 “우리는 제품 신선도가 중요한데 오전 7시 이전에 도착해야 할 원재료가 저녁 7∼8시에 배송돼 피해가 막심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식빵 등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파업이 끝나더라도 우리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주냐”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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