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윤완수 한결원 이사장 "제로페이, 이제 언택트 국가 공공재로 육성해야"

이형두 입력 2021. 9. 16. 16:03 수정 2021. 9. 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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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110만개를 돌파한 소상공인 간편결제 플랫폼 '제로페이'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를 하나로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 상품권'으로 경제 공동체 구축을 지원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로페이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경남권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부울경이 하나의 권역으로 광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인데, 제로페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만들어 이를 촉진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지자체 사업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제로페이는 언택트 기반 국가 공공 결제 플랫폼으로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시티는 생활·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1000만명 이상 거대 도시를 의미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어 제2의 수도권으로 지역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다. 부울경 인구를 합치면 790만명, 영남권까지 포함할 경우 1300만명 경제권이 구축된다.

이번에 발행된 '부울경 메가시티 상품권'은 한 종의 상품권으로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슈퍼 상품권'이다. 지난 16일 총 20억원어치 발행됐다. 상품권 액면가 5% 구매 할인율을 제공하며 1인당 최대 20만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기존 지역사랑 상품권은 사용 가능한 가맹점이 발행 지자체 내로 제한됐다. 장거리 출퇴근 등으로 다른 지자체를 오가는 경우 각 지역에서 사용할 상품권은 따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와 달리 '슈퍼 상품권'은 활용 지역 범위가 넓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와 소비 촉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제한 없이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에게 상시 10% 구매 할인율을 제공하는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7월까지 총 2000억원 이상이 팔렸다. 작년 동기 대비 3.8배나 판매량이 늘었다.

윤 이사장은 “부울경과 같은 광역 경제권에서는 거주지와 직장이 원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 상품권을 실물 플라스틱 카드 방식으로 발급하면 양 지자체에서 모두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며 “반면에 제로페이를 활용할 경우 지역 제한 없이 본인이 모바일 등록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언젠가는 전국구 상품권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지역은 지자체 적극 협조로 제로페이 활성화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다. 제로페이를 활용한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을 시작할 때도 서울시·강원도·경남이 가장 주축이었다. 가맹점 숫자로만 따지면 서울이 가장 많지만 가입 비율로 보면 경남 지역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남 지역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약 80%가 제로페이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기 수도권에 집중됐던 제로페이 가맹점은 전국 가맹점 숫자가 늘어나며 집중도가 크게 완화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서울 가맹 비율은 34.1%, 서울 외 지역 가맹 비율은 65.9%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서울 43.6%, 서울 외 56.4%와 비교하면 지역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추석을 맞아 전통시장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특판 프로모션도 한층 더 강화했다. 오는 17일까지 월 할인 구매 한도가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두 배 상향되고, 사용률을 충족할 경우 할인 지원금을 제외한 잔액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윤 이사장은 “이번 추석 특판 기간에 돌입하면서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전통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던 지류형 상품권 대신 모바일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제수음식 등을 전통시장에서 장만할 때 온누리 상품권 할인을 활용하면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집행 자금 플랫폼 '주축' 제로페이

윤완수 이사장은 정책집행 자금 플랫폼으로써 제로페이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6일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한 5차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에도 제로페이 채널을 찾는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경우 재난지원금 접수 첫 날 제로페이를 통한 신청자 수가 1600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접수 시작 두 시간여 만에 10배가 넘는 1만6000명이 신청했다. 올해부터 카드사 등과 같은 일정으로 접수를 동시 개시한 영향도 있지만, 지난 1년동안 제로페이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제로페이는 최근 유명 가수 '타이거JK'를 광고 모델로 선정해 '제로페이송' 음원 및 영상을 제작했다. MZ세대에게 익숙한 틱톡 챌린지 등을 통해 홍보를 진행, 챌린지 개시 1주일만에 조회 수 120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좋은 반응을 얻은 '희망급식바우처'나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지원되는 '입학준비금' 제로페이 지급 사례도 있다. 희망급식바우처는 코로나19로 인해 급식을 먹기 어려워진 학생들이 밥을 굶지 않도록 10만원 상당 바우처를 지원하는 일종의 대체 급식 사업이다. 교육청의 품목 선정 문제 등 다소 잡음은 있었지만 서울시 학생 56만명에게 신속하게 바우처를 공급하는 데 제로페이가 큰 역할을 했다.

기존 바우처는 주로 실물 카드 형태로 지급됐는데, 카드 발급 신청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고 수령에는 통상 일주일 이상이 걸려 기대치만큼 효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실물카드는 항상 분실이나 도난 우려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제로페이는 지급 수단을 별도로 제작할 필요가 없어 저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입학 지원금 역시 이를 고려한 서울교육청이 제로페이 측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프로젝트다.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로 정책자금을 집행할 경우 시간이 크게 절약되고 어떤 종류든 핀번호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기만 하면 즉각 등록해 이용할 수 있다”며 “또한 정책 집행 목적에 맞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이 가능하고 사용 현황에 대해서도 즉각 피드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페이를 통한 정책 자금 집행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각 지자체 문의도 늘어났다. 지난 6월 화성시가 진행한 '궁평항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이 이와 같은 사례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인 수산물 직판장 내수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처럼 소규모 단위 전통시장들은 활성화 자금이 마련돼도 효과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보유한 간편결제나 포인트 적립, 할인 시스템이 없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단발성이고 예산이 작아 외주업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이처럼 다양한 한계로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카테고리를 저비용으로 모바일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 제로페이가 적격이라는 것이 윤 이사장의 설명이다.

제로페이와 육군본부와 협력을 통해 육군 장병과 군 가족 복지에 이바지하는 '밀리페이'도 추진한다. 육군은 연내 육군 내 복지시설 200여개소에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별도의 육군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및 시범 운용까지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밀리페이가 도입되면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부대는 기존 신용카드 대비 획기적 수준으로 결제 수수료를 줄일 수 있고, 장병과 군인가족 등 개인 이용자는 높은 비율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윤 이사장은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군인 소비가 줄어들면 치명적 타격을 입는 위수지역 상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 상품권과 연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휴가 통제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지역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 미래 먹거리는 따로 있다

제로페이 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은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지난해 기준 1조761억원 결제액 합계중 지역사랑 상품권이 7930억원, 온누리상품권이 1174억원으로 전체 약 85%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상품권은 10% 내외 할인 혜택을 세금으로 부여한다.

윤 이사장은 “지역사랑 상품권 덕분에 제로페이 잘 됐다는 말도 맞다. 다만 정상적으로 도달할 목표치 도달이 상품권 덕분에 빨라진 것 뿐이라고 본다”며 “직불 제로페이 결제액도 지속 상승하고 있고, 코로나19 종식 후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직불 결제액 증가 속도가 촉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중국 대표 모바일 간편결제 '위챗페이'와 QR코드를 연동한 상태다. 텐센트가 제로페이 규격을 인식할 수 있게 위챗페이를 업데이트한 덕분이다. 위챗페이 QR코드 판을 가맹점이 설치하지 않더라도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때 위챗페이 결제를 중국에서처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지도형 앱 지원을 통해 국내 골목상권 맛집으로 관광객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도 덤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하고 중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제로페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직불 결제액 규모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50만명 중 35.4% 인 602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1인 평균 1887달러(약 210만원), 총 12조원이 넘는 소비를 했다.

윤 이사장은 현재 입점 소상공인들과 수수료나 광고 비용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문제에 대해서도 제로페이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통상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 안에서 소상공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이용자는 무료로 이용해 확장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최근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소비자 역시 플랫폼 비용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기존에 없었던 음식 배달비 등장이나 택시 앱 호출 수수료 등은 기본 비용이 증가했다는 인상을 준다.

윤 이사장은 “플랫폼은 도로처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 경비만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플랫폼 수수료를 계속 높이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이자, 외발 자전거처럼 멀리 가기 힘든 형태”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경제 주체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 장기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페이 플랫폼은 초기 투자 비용은 들지만 플랫폼이 일정 규모 이상 자리를 잡으면 비용 증가 폭이 줄어드는 구조다. 설립 취지 자체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플랫폼이고,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운영비용을 결제 금액의 0.3%라고 한다면, 결제액이 3배 늘어날 때 이를 0.1%로 줄일 여지가 생긴다. 플랫폼 성장의 혜택이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참여 기관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제로페이 가맹현황.<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로페이, 내후년엔 카드 가맹점 수 따라잡을 것”

제로페이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은 가맹점 확보다. 연내 120만 가맹점 확보가 목표였는데, 7월 100만개를 달성했고 지난 13일 기준으로 120만개를 넘었다. 한결원 내부적으로는 추석 연휴 이전에 연간 목표치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이 적중했다.

이에 힘입어 결제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결제액은 약 1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윤 이사장은 “남은 하반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도 가맹점 확장이다. 연간 목표치를 석 달이나 조기 달성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허수를 뺀 오프라인 카드 가맹점 숫자가 230만, 240만 정도로 추정되는데, 내후년까지는 이 숫자를 100% 가까이 따라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법인) 제로페이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업 제로페이는 공공기관 및 일반 기업 소속 직원이 업무추진비를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다. 결제금액이 해당 법인 계좌에서 가맹점으로 이체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회사마다 정해진 식대 규정 금액을 기준으로 모바일 전자식권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도 비용을 처리할 때는 아직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는 이미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용을 집행하기 때문에 실은 신용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 예전 현금으로 결제하던 시절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인카드 사용을 장려하던 관행이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신용카드 대신 기업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소상공인이 신용카드사에 내는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기업 제로페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시범 도입한 이후 경남도청 등 160여곳 이상이 활용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누적 결제액은 86억원 수준이다.

윤 이사장은 “기업 제로페이는 기대치보다 조금 미진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정부 법인카드 이용 세칙에 신용카드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도 바꿀 때가 됐다”며 “시간 문제일 뿐 기업 제로페이가 멀지않은 미래에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도 공공기관 등 도입을 위해 계속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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