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메타버스에 올라타는 대학..입학식·축제 열고, 실험·실습하고

김명희 2021. 9. 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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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 교육 활용 예시

이종원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2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실라버스(강의계획)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 링크를 나눠줬다. 이 교수는 사범대에서 예비교사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재 연구 및 지도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1년 이상 줌으로 수업해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중·고등학생들과 가까워질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직접 게더타운에 학과 강의실과 비슷한 환경을 꾸몄다. 게더타운은 가상공간 모임 플랫폼으로 2차원의 가상공간을 꾸미고 아바타 캐릭터들을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다. 캐릭터들이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영상회의 기능이 작동한다. 그는 “게더타운은 줌보다 활동이 자유롭고 소그룹별 활동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메타버스 자체를 수업 플랫폼이자 콘텐츠로 연구해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대학들

대학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기업과 손잡고 가상캠퍼스 구축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서강대는 아예 메타버스 전문대학원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기업과 연합해 메타버스 연구진과 인재 양성을 시작한다.

한양대는 일찌감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과 5G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 강의 모델을 개발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스튜디오, 강의실, 산업현장을 연결한 온라인 수업이다. 한양대를 포함해 총 7개 대학이 참여했다.

한양대가 루터대·상명대·을지대와 대학 간 원격교육 인프라 공동 활용을 위한 수도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공동활용 강의실 구축 온라인 협약식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게더타운을 필두로 '제페토'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이러한 플랫폼을 활용한 대학 행사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영상회의 솔루션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가상공간에서 함께 모여 활동함으로써 소속감과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순천향대는 올해 초 SK텔레콤의 '점프VR' 플랫폼에서 입학식 및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화제가 됐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운동장을 똑같이 구현하고 학생들은 아타바를 만들어 참석했다. 57개 학과 기준 150여개 방이 마련돼 학과별 방에 입장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순천향대 메타버스 입학식 유튜브 영상 캡처
성균관대 세계성균한글백일장 모습

성균관대는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 한글 실력을 겨루는 '세계성균한글백일장'을 열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가 활용됐다.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 현지 학생들이 글쓰기 대회에 앞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만나 방탄소년단(BTS)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명륜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성균관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게더타운에서 구현된 학교 취업박람회장으로 학생 아바타가 입장해서 희망하는 기업의 취업 담당자와 상담을 진행하거나 채용설명회를 들을 수 있다. 학생들끼리 채팅으로 소통하거나 정보 교환도 가능하다.

성균관대 메타버스 잡페어 화면
숙명여대 존 서 교수 메타버스 특강 모습

숙명여대는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법률 자문기업 '리걸줌' 전 창업자였던 존 서 숙명여대 객원교수 창업특강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서 교수의 적극적 제안으로 이뤄진 메타버스 특강으로 '스페이셜웹'에 '숙명 버추얼 오디토리움'을 구축했다. 가상세계에 구현된 학교 공간과 로고 등을 보면서 비대면 특강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중심이 돼 메타버스 상에 가상 캠퍼스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대학축제 등의 이벤트 개최가 어려워지자 메타버스 공간 내에 게임을 만들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물총 쏘기 배틀, 건대 일감호 낚시 등의 다양한 미니 게임 이벤트를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만든 메타버스 이벤트 화면

◇가상공간에 실험·실습 환경 구축 시작=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대학 교육도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험·실습이 필수인 교육 과목들을 중심으로 확장현실(XR) 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대학들도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은 올해 여름계절학기 일반생물학 실험 수업에 VR 콘텐츠를 도입했다. 이공계열 학부 1학년생을 대상으로 단백질 정량, 효소활성 측정, 체세포분열 등 3개 기초실험 콘텐츠가 활용됐다.

연세대 VR 생물학 실험 사진

서울대 의과대학이 해부학 수업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한 실습 교육을 도입했다. 교과 과정에 의료영상을 3D로 구현하고 VR를 통해 인체 내부를 분석하는 해부학 콘텐츠 활용 실습이 포함됐다. 서울대병원 스핀오프 스타트업인 메디컬아이피가 AI의료영상 3차원 분석기술 등을 접목해 구현했다.

직업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대에서도 메타버스 교육은 주요 화두다. 단순히 보는 데서 나아가 가상공간에서 반복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강릉영동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시설들을 활용하고, 의료 전문인력 양성에도 VR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대학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메타버스를 내걸었다.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아예 가상공간에 연구실을 만들어놓고, 학생들과 토론과 상담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는 기존 영상교육 솔루션이 주기 어려운 소속감과 몰입감을 준다”면서 “현재는 개별 대학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비대면 행사, 상담, 훈련 등에 주로 활용하는 단계지만, 대학 공동의 교육 플랫폼 구성 등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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