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의료 분야에도 메타버스..교육·모의수술 등으로 확산

정현정 2021. 9. 16. 1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책상에 앉아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자 분주한 수술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집도하는 폐암 수술을 생생하게 참관할 수 있다. 360도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 집도의뿐만 아니라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 등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동선과 수술실 내 환경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 곳곳에 위치한 대형 디스플레이로는 관련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원하는 장면도 얼마든지 확대하거나 슬로모션으로 돌려볼 수도 있다.

최근 산업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메타버스'가 의료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다. 의료법 등 규제와 충돌 가능성이 적고 코로나19로 기존 대면 방식 한계에 부딪힌 의료 교육 분야부터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메타버스가 도입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각국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상 강의실에서 수술 기법 강의를 받는 메타버스 수술실을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HMD를 착용하거나 노트북으로 본인 아바타를 설정한 후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수술 기법 강의를 수강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했다.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360도 8K 3차원(3D) 카메라로 중계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라이브 서저리를 시연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재현 교수의 모습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그동안 수술 교육은 '어깨 너머'로 이뤄졌다. 수술실이라는 공간 한계로 한정된 인원만 수술을 직관할 수 있었고 효율도 떨어졌다. 최근 환자 권익이 향상되면서 실습 기회가 제한되고 코로나19 이후 감염 우려로 의료 실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던 의료진은 물론 실습이 중요한 의대생 교육까지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는 감염이나 의료 사고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비대면 교육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아바타 형태로 가상의 강의실에 입장해 라이브 서저리 세션을 지켜보며 토의중인 아바타 형태의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 의과대학은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 교과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한 실습교육을 도입했다. 국내 의대 커리큘럼에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구현한 사례다. 메디컬아이피가 인공지능(AI) 의료영상 3차원 분석 기술과 해부학 VR·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구현했다. 경제·윤리 한계를 지닌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 실습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메디컬아이피에서 직원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용된 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환자 의료영상을 웹에서 구현해 의료진과 환자가 병증 및 수술 계획에 대해 소통하고 이를 실제 수술 계획에 활용하는 등 의료 분야 메타버스 초기 모델을 임상 현장에서 구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나아가 의료영상 3차원 구현 기술 및 VR·AR 콘텐츠를 지속 고도화해 디지털 트윈이 메타버스 속에서 환자를 대체하도록 하고 실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해부학 교육, 수술 시뮬레이션 등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 교과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한 실습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메디컬아이피)

서지컬마인드는 의사가 VR를 통해 각종 수술법과 술기를 훈련할 수 있는 수술 시뮬레이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백내장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가 주요 서비스다. 뉴베이스는 게임 형식 3D 의료 시뮬레이션 '뷰라보'를 의료 교육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3D 환자 캐릭터로 가상화하고 교육 시나리오에 따라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이 의료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 교과에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한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디컬아이피)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 되는 메타버스 기술도 개발 중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불안감을 덜 수 있도록 수술 전에 메타버스로 구현된 수술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는 가상 환경을 구현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일산차병원이 7층 산부인과 외래 및 진료실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한 모습 (사진=일산차병원)

아예 가상공간에 병원을 만들기도 한다.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은 병원계 최초 네이버 메타버스 제페토에 가상의 병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이벤트홀, 산과, 초음파실, 분만실, 행정사무실 등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해 코로나로 인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들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벤트도 진행한다. 강중구 일산차병원장은 “가상공간을 방문하는 환자들과 소통하고 전 연령층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해 교육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 맞춤형 건강 관리, 디지털치료제(DTx) 검증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상 종합병원'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메타버스 교육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표준과 평가도구 등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실습 교육을 위해 손기술을 정교하게 트랙킹할 수 있는 액세서리와 하드웨어 기술 개발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상태에서 실제 환자에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련 법 제도 개선 논의도 수반돼야 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