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뗄까 말까" 정치인 불법 현수막 정비 망설이는 공무원

변재훈 2021. 9. 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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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비 후보자들이 도심 곳곳에 내건 '귀성객 맞이' 불법 현수막을 놓고 광주 지역 일선 공무원들이 철거를 망설이고 있다.

16일 광주 5개구 등에 따르면, 시는 전날 각 자치구 옥외광고물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지역 내 불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달라'고 구두 요청했다.

남구 역시 불법 현수막 정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제 철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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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특권적 불법 관행' 지적에 광주시, 부랴부랴 일제 정비 요청
'정비주체' 구청장도 편승…"뗄 거냐?" 정치인 민원 항의 급증
북구 뺀 4개 구 대대적 정비 주저…"정치적 오해 살까" 곤혹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교차로에 현직 구청장을 비롯한 입후보 예정자들이 내건 추석 귀성객 맞이 불법 현수막이 방치돼 있다.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현수막을 내걸 경우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2021.09.1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추석을 앞두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비 후보자들이 도심 곳곳에 내건 '귀성객 맞이' 불법 현수막을 놓고 광주 지역 일선 공무원들이 철거를 망설이고 있다.

엄연한 불법 관행이고 행정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시가 '일제 정비'를 요청했지만, 현직 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정가 인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16일 광주 5개구 등에 따르면, 시는 전날 각 자치구 옥외광고물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지역 내 불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달라'고 구두 요청했다.

앞서 시는 추석 명절 18~19일, 23~24일 2차례로 나눠 불법 현수막 특별 정비를 계획했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에 해당, 과태료 처분 대상(1인 당 최대 500만 원)인데도 행정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불법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반발 여론을 받아들인 시는 곧바로 정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는 이날 아침부터 일제히 도심 곳곳의 가로수·전봇대·도로 표지판 구조물 등지에 내걸린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야 했다.

북구는 전날 시 요청 직후부터 관내 모든 교차로 주변 현수막 정비 작업을 시작했지만, 4개 자치구(동·서·남·광산구)는 교통 통행 관련 시야 방해, 낙하 사고 우려 등이 있는 구역에서만 일상적인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청사 외벽에만 현수막을 게시한 북구를 제외한 구청장 4명 모두 도심 곳곳에 불법 현수막을 내걸었다. 기초자치단체 소관 사무인데도, 현직 구청장들까지 '명절 인사'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걸면서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시장·시교육감 등 광역 단위 선출직 입후보 예정자가 현수막을 내건 위치에 따라, 정치적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자치구마다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특히 옥외광고물 정비 부서에는 '현수막 떼기로 했느냐', '정비 시점이 궁금하다', '정치 관행인데 왜 떼려 하느냐' 등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의 항의 전화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 인부를 고용해 자진 철거하겠다'는 의원도 있었다.

서구는 이날 태풍 북상에 따른 강풍 낙하 우려가 있는 교차로가 아닌 곳은 정비하지 않았다.

광산구는 이날 오전부터 주요 도심 교차로를 중심으로만 정비를 시작했다. 남구 역시 불법 현수막 정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제 철거하지 않았다. 동구도 정비 시점 등을 검토만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4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광장에 구청 추석맞이 불법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정 현수막 게시대가 아닌 곳에 현수막을 내걸 경우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2021.09.14.hyein0342@newsis.com

일선 공무원들은 난처한 표정이다. '명절 맞이' 현수막을 거듭 철거해도 시시각각 '우후죽순'처럼 나붙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크게 부족한 데다, 수거 시점·장소에 따라 입후보 예정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거 업무는 각 동별로 순회하며 이뤄지나, 지역구는 동을 뛰어 넘어 기초·광역 행정단위로 이뤄져 있어 현수막을 건 위치에 따라선 입후보 예정자들은 "왜 내 것만 떼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일선 공무원들은 "눈치가 보인다", "구청장이 현수막을 건 주변은 사실상 방치됐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곤란하다", "정치 관행이라는데 고민스럽다", "시 의원도 떼지말라고 아우성이다"며 곤혹스러움을 전했다.

한 공무원은 "관습과 문화, 기관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불법 현수막 철거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우리 자치구만 뗀다고 나서면 광역 단위 입후보 예정자들은 '정치적 저의'부터 운운한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광주 시내 모든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는 게 아니라면 민원 전화는 계속 빗발칠 것이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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