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성공-대화재개 사이서 딜레마 빠진 文정부

이종윤 입력 2021. 9. 16. 15:32 수정 2021. 9. 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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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 "미국 北에 대한 선제 인센티브 어려워"-
-우리 군 SLBM 성공, 북한 핵공포와의 균형에 한계 노출
리나라가 독자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국방과학연구소가 15일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우리 군이 독자설계하고 건조한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는 SLBM.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영상 캡처) 사진=뉴시스

3000톤급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해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지난 11~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13일 밝힌 지 이틀만이었다.

북한이 이날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은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열차에서 발사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15일 오후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성공을 비롯한 미사일 전력 증강과 관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같은 날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방을 헐뜯고 걸고 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북한에 선제적 인센티브 제공 어려워
전문가들은 '북의 도발은 한국의 SLBM 실험발사 성공과 한·미·일 대표 회동, 그리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등을 동시에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김여정의 발언 반응' 등 우리 정부의 유화책은 탄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서강대학교 김재천 국제대학원 교수는 "문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유화책을 보이며 순항미사일 발사에도 교착상태 해소를 위한 '평화협정·종전선언·대북인도적 지원' 등 대북 관여책이 필요하다고 반응해 왔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그 명분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카드는 꺼내기 어렵지만 인도적 지원은 미국도 지지하기 때문에 안보상황과 상관없이 추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북이 받을 의도가 희박하고, 받더라도 한반도프로세스 재가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추석기간 중 문대통령의 UN방문 기조연에서 대북메시지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다며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중요성' 등 원칙을 재천명할 것 같다. 선진 대한민국의 글로벌 역할, 임무 등에 대해서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뭔가 자락을 깔아달라는 메시지를 도발의 정도를 높여가며 보내지만 미국의 국내외 사정을 고려할 때(북한에 대해) 먼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북한은 현재 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 SLBM 보유가 북 핵공포와의 균형 아냐"
전문가들은 한국이 억제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SLBM을 개발한 것을 두고 김여정 등이 문제 삼는 것은 '북한만이 일방적 억제력을 보유해 사실상 군사적 압도를 이루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우리가 시험발사에 성공한 SLBM도 북한의 핵무기를 유효한 수준으로 상쇄시키는 전략무기이자 게임체인저로 평가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두고 자신들의 핵억제력 보유라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우리 군의 SLBM은 비핵 SLBM을 전제로 개발되어 북한의 핵무기를 상쇄하는 ‘공포의 균형’ 역학은 제공해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반 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열차를 이용해 산악지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까지 구비하는 상황에서 모든 핵무기를 선제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핵무기는 특성상 단 한발이라도 놓치면 재앙적 파괴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의 이동식순항미사일과 SLBM은 핵탄두를 싣고 은밀히 선제핵공격과 핵보복이 가능한 제2타격능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태다"고 분석했다.

한편, 반 연구원은 "한국의 SLBM이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2020년 미국이 개발해 작전배치한 잠수함용 저위력 핵탄두인 W76-2를 한국의 SLBM에 탑재하는 전략적 수중핵공유 혹은 핵잠재력 보유를 병행되지 않는다면 게임체인저나 전략무기으로서 기능은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한반도 수중핵공유는 정책화는 물론 논의 개시 자체도 쉽지 않기에 당분간 한국의 SLBM은 전술무기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미동맹의 제도적 장치를 십분 활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文 대북 메시지 기조 바뀔까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발신할 대북 메시지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16일 공식 일정 없이 다음주에 참석 예정인 유엔 총회 준비 작업에 집중했다. 특히 오는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고위급회의에서 예정돼 있는 기조연설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만큼 메시지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노력과 의지 표명 등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만난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연설문은 실시되기 전까지 계속 검토되고 수정도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력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국제사회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로써,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가 전날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에서 문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것에 대응을 자제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표면적인 표현 보다는 근본적인 의도 파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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