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 미 민주당에 오히려 전화위복

정의길 2021. 9.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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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코로나19 방역 강화 내건 뉴섬 지사 압승
친트럼프 공화 지사 후보 나서자, 트럼프 찬반 투표로 치러져
다음 중간선거서도 반트럼프, 코로나 방역 유효한 전략될 듯
공화당은 친트럼프 후보 약진에 전전긍긍 속앓이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4일 새크라멘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가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에 전화위복 공화당엔 적신호가 됐다. 소환 대상이었던 민주당 소속 뉴섬 주지사가 생환하면서, 그가 내세웠던 반트럼프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선거전략이 중간선거에서도 유효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주요 언론 보도를 보면, 15일 약 70% 개표율 개표 기준으로 소환 반대 표가 65%, 찬성 35%이 나와 뉴섬 지사의 유임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번 소환투표는 코로나19 방역 조처에 불만과 피로감 때문에 성사됐지만, 뉴섬 지사와 민주당 쪽이 반트럼프와 코로나19 방역 옹호 전략으로 대응해 대승을 거뒀다.

소환투표는 보수적 주민들이 뉴섬 주지사 이민정책에 반발해 지난 2018년 발의했으며, 코로나19 감염사태와 방역 조처에 대한 불만이 작용해 올해 투표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특히, 뉴섬 지사가 강력한 방역 조처를 주도하면서도 지난해 11월 고급식당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로비스트와 만나는 장면이 폭로되면서 소환 운동에 불이 붙었다. 결국 4월에 소환투표에 필요한 서명인이 확보돼 소환투표가 성립됐다.

소환투표 성립 뒤 뉴섬 지사 지지율은 50%를 밑도는 등 위기를 맞았다. 공화당은 지난 2003년 민주당 소속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주민 소환투표를 통해 쫓아내고, 영화배우 출신 공화당 소속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후임 주지사로 당선시킨 사례가 있다.

하지만, 소환투표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추세가 바뀌었다. 뉴섬 주지사와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트럼프의 재등장과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로 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섬 지사는 모금을 독려하는 서한에서 이번 선거는 “만약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기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박빙이다”며 “여러분의 머리에 그런 생각을 심어줘서 미안하나, 이는 진실이다”고 경고했다. 방관하던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자극한 것이다.

특히, 뉴섬 지사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유력한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보수 성향의 래리 엘더가 트럼프 충성파임을 집중 부각하며 이번 선거를 트럼프의 재등장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로 만들어 나갔다. 엘더는 임신중지, 최저임금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보수 성향에 더해, 코로나19 백신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뉴섬 지사와 민주당은 여성을 비하하고, 기후변화까지 부정하는 엘더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특히, 흑인인 엘더가 기존의 소수인종 출신 후보와는 달리 노골적인 극우 성향을 보이자 캘리포니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소수 인종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엘더가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부상한 배경이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층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은 것이어서, 다른 주 민주당 지지층의 경각심을 자극했다. 그 결과 뉴섬 지사에게 기록적인 후원금이 쇄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도 이번 선거를 전국적 차원의 민주당 대 공화당 대결로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전날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빈 뉴섬을 여러분의 주지사로 지킬 것이냐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를 데려올 것이냐”라고 이번 선거가 트럼프와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애초 뉴섬 지사의 신승이 예상됐으나, 개표 결과는 압승이었다. 공화당 특히 트럼프의 지지층이 주장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처 해제도 큰 변수가 됐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민 70%가 백신을 맞았는데, 이들 중 69 대 28 비율로 뉴섬 지사를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백신 거부 등 코로나19 방역 무력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높지만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은 고민에 빠졌다. 내년 말 치러질 중간선거 등 향후 선거에서 엘더와 같은 트럼프 충성파들이 공화당 후보로 약진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충성파들은 공화당 내 후보 경선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본선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들의 이탈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지아,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등에서는 트럼프의 지지로 인해 극우 후보들이 상원의원 후보로 약진 중이다. 이들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되면, 현재 50 대 50인 상원의 균형이 민주당으로 기울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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