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약수' 쏠림 더 심해졌다..통합수능·지역할당 기름붓기

장지훈 기자 2021. 9. 16. 14: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에도 수능개편에 최상위권 블랙홀
"이공계 인재 육성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대폭 늘려야"
경기 부천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교사에게 입시상담을 받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마무리된 가운데 의약계열과 수의대에 대한 수험생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 최상위권 수험생이 이공계 대신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를 우선 고려하는 것을 두고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1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14년 만인 2022학년도부터 학부 신입생 선발을 재개한 전국 37개 약대는 960명을 뽑는 수시모집에서 4만2374명을 불러 모으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평균 경쟁률만 44.1대 1에 달했다.

약대 학부생 모집 재개로 의대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지원자가 분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결과는 '동반 상승'으로 나타났다. 한의대만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을 뿐 의대와 치대, 수의대 모두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전년 대비 전국 39개 의대는 32.9대 1에서 36.3대 1로 껑충 뛰었다. 전국 11대 치대도 31.2대 1에서 올해 32.0대 1로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전국 10개 수의대는 31.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면서 최근 8년 동안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26.2대 1과 비교해 증가폭이 가팔랐다.

전국 12개 한의대는 2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 29.5대 1보다 낮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현상 유지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과 최상위권 수험생이 대부분 의치약한수로 빠지고 이공계는 가물에 콩나듯 선택하는 분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공계 인재양성이 국가적 과제로 지목되지만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 직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때 의약계열과 수의대에 대한 선호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 진학교사는 "이공계에 진학해도 충분한 보상과 직업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수험생들이 눈을 돌리겠지만 현재로서는 의치한약수에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상황"이라며 "일자리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갈수록 일반고에서도 의약계열 입시에 더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감은 "초등학교 단계부터 자연계열 준비를 시작하고 성적이 나오면 당연히 의대나 약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를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영재학교나 과학고는 의약계열 진학시 불이익을 주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의대에 가겠다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의약계열과 수의대의 고공행진을 두고 2022학년도 대입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수험생도 문·이과 통합형 수능 시행에 따라 도전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과생이 수학에서 상위 등급을 휩쓸면서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게 수월해졌다"며 "수시모집은 수험생별로 6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1장 정도는 의치한약수에 넣어보자는 분위기가 생긴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부터는 비수도권 대학 의·약·간호계열 신입생 선발시 정원의 40%는 지역 출신 수험생에 할당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 대표는 "지역할당이 늘면서 비수도권에서는 의약계열 진학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고 학생 쏠림도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과거 의치한약수가 일부 최상위권만 진학하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상위권 학생도 도전할 만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의약계열 진학을 직업적 성공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연구 시설·재정 지원과 장학금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의약계열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진입만 하면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선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공계 인재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공계 대학에 대한 지원과 장학금 혜택 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