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홍 충돌에 "유도심판이면 둘 다 경고 한 장씩"

유정인 기자 2021. 9. 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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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충돌이 계속되자 “제가 유도심판 놀이를 지금 한다면 둘 다 경고 한 장씩”이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블랙홀 안에서 ‘2강’ 후보 충돌까지 일어나면서 야당 경선의 비전 경쟁이 잊혀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2강’ 구도가 굳어질수록 후보간 대결은 과열될 수밖에 없어 충돌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소위 ‘주어 없음’, ‘목적어 없음’ 이런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쪽 캠프가 2강 체제라는 말을 들으려면, 정책경쟁 하는 2강이 돼야지 ‘아니면 말고’ 이런 거 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 캠프의 ‘성명불상의 1인’ 고발을 둘러싼 갈등상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최근 고발 사주 의혹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제보자의 ‘정치공작설’로 대응하면서, 두 사람과 함께 ‘성명불상의 1인’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측이 ‘성명불상의 1인’을 홍 전 의원측 관계자로 의심한다는 얘기가 퍼지자, 홍 의원측은 “즉각 공식 사과하고 거짓말 공작 주동자를 퇴출하라”고 하는 등 양측이 충돌했다.

이 대표는 당 공식회의에서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겨냥한 공개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소한 후보간 의혹제기는 육하원칙에 따라야 하고 당내에서 의혹제기 할 때는 확실한 정보에 기반해야 한다”면서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과 수사기관에 의혹을 제기하는 건 적어도 당내에서 있어야 할 문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난타전 경선이 국민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최근 일부 후보들의 우려스런 모습에 대해 후보들께 국민과 당을 바라보고 자중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홍준표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의 공개 경고에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처하는 국민의힘의 고민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발 사주’ 의혹은 국민의힘 경선에 흥행 요소인 동시에 위험 요소다. “도리어 더 많은 국민과 당원이 그 문제 누가 더 (대처) 잘하나. 누가 대통령 후보감인지 관심은 더 가질 것”(홍문표 의원, TBS라디오)이라는 기대와 공수처·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른 우려가 공존한다. 윤 전 총장·홍 의원이라는 ‘2강’ 구도의 영향도 복합적이다. 치열한 경쟁구도는 흥행 보증카드이지만, 양측이 ‘고발사주’ 의혹을 두고 확연히 갈라지면 경쟁이 혼탁해지고 당내 분열로 연결될 수 있다. 당장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더라도, 제1야당의 수권능력이나 비전·정책 평가 등은 오히려 묻힌다는 점은 전체 경선에선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두 후보간 충돌은 일단 이 대표 공개 경고 직전까지 계속됐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쟁후보 진영을 거짓으로 허위 공작을 한 것이 밝혀져도 아무런 페널티나 제지도 하지 않는 것이 공명선거 추진단의 책무인가”라며 “당 운영이 왜 이렇나. 이래 가지고 공정 경선이 되겠느냐”고 윤 전 총장과 당 경선관리를 한 데 묶어 비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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