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종목만 골라 담는 '곡소리 매매법' 들어보셨나요?
카뱅·네이버·LG화학 등 순매수 상위 종목
"떨어지는 칼날 잡다가 손 베였다" 불만도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은 주가가 내려가고 있지만, 결국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투자자들 곡소리가 나는 종목을 사들여 수익을 낸다는 의미에서 ‘곡소리 매매법’이라고도 불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035720), 카카오뱅크(323410), NAVER(035420)(이하 네이버), LG화학(051910), 엔씨소프트(03657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이다. 모두 최근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다.
개인은 보름 동안 카카오 주식을 1조366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는데, 6일부터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7거래일 연속 약세였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온라인 금융 플랫폼 규제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악재가 됐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카카오 주주들은 “하루 반짝 반등하더니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가 손이 크게 베였다”, “어떻게 주가가 하루에 4%씩 꾸준히 빠질 수가 있느냐”, “김범수 회장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셈이냐” 등 반응을 쏟아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가 당분간 정부 규제 관련 이슈에 따라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1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동안 신규 사업 영역에서 수익을 내면서 기업가치를 확대해온 것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주가 상승 동력(모멘텀)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카카오뱅크는 증권가에서 고평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수급 악재까지 겹치면서 낙폭을 키웠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14일 하루 빼고 9거래일은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는 22.3%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들은 카카오뱅크 주식 713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가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공모가(3만9000원)를 밑돌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은 1개월 의무보유기간 해제, 블록딜 여파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으로서 다른 경쟁사와 동일 선상에서 금융당국 규제를 받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개인이 많이 사들인 네이버(5065억원), LG화학(4347억원), 엔씨소프트(2855억원), 아모레퍼시픽(2030억원) 모두 대내외 악재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종목들이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규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고, LG화학은 배터리 리콜 이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실적 부진 전망이 주가로 연결됐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게임들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 게임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아모레퍼시픽은 하반기 해외 사업이 부진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 중에서는 주식시장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오히려 지금이 유가증권 시장의 대형주를 매수할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개인들의 주가 반등을 노린 투자 전략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유가증권 시장 대형주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코스피 대형주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0.4배까지 떨어졌는데, 2016년 이후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주의 3분기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을 매수 적기로 판단한 이유로 들었다. 올해 3분기 대형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하는 53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 대형주 영업이익은 47조1000억원이었다. 3분기 실적 시즌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 바로 시작된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와 기업 이익 고점 우려를 피하는 방법도 대형주 비중 확대”라며 “주식시장이 코스피 대형주에 거는 기대는 구조적인 성장”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경기 피크아웃을 걱정한다면 경기가 순환적으로 개선될 때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중형주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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