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년 전 中 황하문명 세계에 알린 '청동기 유물' 한자리에

김은비 2021. 9. 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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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우리나라서 볼 수 없었던 中 남방부 청동문화"
"아름다운 문양과 글자 새겨진 것 특징"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928년 중국 허난성 은허 유적에서는 3300년 전 청동기 유물이 대규모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왕궁, 사원, 대형 무덤과 중교시설과 함께 출토된 청동기와 갑골편 등 유물은 안개 속에 싸여 있던 기원전 13~11세기 고대 국가 상나라의 실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세계 4대문명 중 하나인 황하문명이 처음으로 세계에 알려진 순간이기도 하다. 이어진 발굴조사에서 중국 청동기는 4000여 년 전 하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음이 확인됐다.

‘소극’ 글자가 있는 고기 삶는 세발솥(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처럼 중국 황하 문명을 알린 고대 청동기 유물을 대거 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서 마련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 상해박물관과 함께 16일부터 개최하는 특별전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이다. 1952년 개관한 중국 상하이 박물관은 중국 3대 청동기 박물관으로 세계적인 청동기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하이 박물관의 대표적 청동기 유물 67점을 소개한다. 오세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날 박물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 고대인들이 처음으로 사용한 금속기인 청동기가 중국에서 어떻게 만들기 시작하고 변해가는 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종류의 청동기 유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청동기 유물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4~3세기다. 북방계 청동기 유물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흔히 비파형 동검, 청동방울 등 무기류의 청동 유물이 많다. 반면 중국 남방부인 황하 유역에서는 청동 그릇과 술잔 등 일상 용품이 주를 이룬다. 오 학예연구사는 “북방과 남방의 문화적 차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황하강 유역은 청동을 만들때 필요한 납, 주석, 구리 등의 물질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땅이 비옥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거주를 하며 문화가 발달했다. 반면 산악 지역이 많고 이동량이 많았던 북방 지역에는 무거운 청동제 용품들이 적합하지 않았다.

‘기백매망’ 글자가 있는 술병(사진=국립중앙박물관)
가장 먼저 전시에 들어서면 고대 사람들이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썼던 제례 도구를 볼 수 있다. 중국 고대 사람들은 전쟁과 같은 생사를 가르는 중대사를 결정 할 때 왕이 직접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 의식에 사용하는 청동 그릇에는 무서운 괴수 얼굴이 떠오르는 기괴한 무늬, 탄성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크기와 형태는 신에게 바치기 위한 제례 도구의 특징을 보여준다. 오 학예연구사는 “중국 청동기는 아름답고 신비한 문양과 누가 왜 만들었는지 글자가 새겨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점차 청동기는 시간이 지나며 왕과 제후의 권력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변화했다.

상해박물관의 대표 청동기 유물인 ‘소극정’도 전시된다. 소극정은 고기를 삶을때 썼던 세발솥의 하나로, 당시 극씨 집안에서 할아버지가 나라에 큰 공을 세운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손자가 만든 8개의 정이다. 소극정은 훗날 청나라 덕종(1875~1908)때 한 농부가 농사를 짓다가 땅속에서 발견했다. 이 농부는 유물을 팔기 위해 이동을 하다가, 황실에서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중간에 버리고 도망을 갔다. 이후 전국으로 흩어진 유물은 현재 상하이 박물관, 베이징고궁박물원, 톈진박물관, 난징대학박물관, 일본 도쿄서도박물관 등 각기 다른 기관 7개에서 소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국의 청동기는 명칭과 용도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전시의 전체 내용과 구성을 만화로 만들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보며 청동기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중국의 가장 유명한 청동기 유적인 은허유적의 발굴과 의미도 만화로 만들어 터치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2021년 11월 14일까지.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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