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판 돈 뺏고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강도바위 '관동대로 구질현' 명승 지정
길 주변에는 계단식 지형이나 습지가 형성된 것으로 보아 농사를 지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40년대 중앙선 철로가 개통된 이후에도 주민들은 양동면 시장이나 지평시내를 갈 때에 기찻삯을 아끼기 위해서나 소나 말 등을 기차에 싣고 갈 수 없어 옛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양동장, 횡성장을 오가는 소몰이꾼들이 이 길을 자주 다니면서 강도바위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도들이 길 중간 낭떠러지 바위 뒤에 숨어있다가 소를 팔고 온 상인들의 돈을 뺏고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남한강 수운을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목으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V(브이)자형의 독특한 지형이 형성돼 있고, 옛길을 따라 울창한 수림이 우거져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문화재청은 16일 '관동대로 구질현'을 비롯해 '삼남대로 갈재' '삼남대로 누릿재' '창녕 남지 개비리' '백운산 칠족령' '울진 십이령' 등 옛길 6곳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근대화의 산물인 신작로가 생기기 이전에 선조들이 오간 옛길 중 역사·문화 가치가 있고 경관이 수려한 곳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명승으로 지정되는 옛길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한 결과"라며 "문화, 역사, 전통 같은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어 선조들의 생활상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삼남대로 누릿재'는 전남 강진과 영암 사이 고갯길이다. '황치'(黃峙)나 '황현'(黃峴)이라고도 일컬어졌으며,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한 정약용을 비롯해 송시열·김정희·최익현 등이 남긴 글이 전한다. 누릿재는 인근 다른 고갯길인 불티재보다 험하지만 거리가 짧아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1970년대까지도 주민들이 장에 갈 때 오갔다고 한다. 정상부에는 서낭당 돌무더기가 존재하며, 길에서는 월출산과 농촌 경치를 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옛길 6곳의 명승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또 옛길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지자체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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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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