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순교자 고이 잠들다'..230년만에 완주 초남이성지에 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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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죄인으로 간주돼 끔찍한 죽음을 맞은 동료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모신 유항검과 그 교우들의 형제애는 우리가 앞으로 실현해야 할 교리의 본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6일 오전 10시 전북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성지에서 거행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현양 미사 및 유해 안치식'에서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가 이곳에 유해 안치소를 마련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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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중죄인으로 간주돼 끔찍한 죽음을 맞은 동료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모신 유항검과 그 교우들의 형제애는 우리가 앞으로 실현해야 할 교리의 본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6일 오전 10시 전북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성지에서 거행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현양 미사 및 유해 안치식'에서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가 이곳에 유해 안치소를 마련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복자 세 명의 유해가 담긴 성광 운반으로 시작한 안치식은 축복 기도와 성수 예절, 안치기도, 축복식, 유해함 봉인 및 안치, 분향 예절 등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제대 앞에 선 김 주교는 "순교복자들의 유해를 만난 뒤 어디에 모실지 거듭 생각했다"며 "초남이성지는 유항검과 그 가족들이 이백 년 이상 묻혀있었던 소중한 자리이고, 순교자와 연대하며 형제애를 실현했기 때문에 이곳에 유해를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님은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신앙 공동체는 큰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순교자들을 자신의 뜰 안에 모셨던 것을 보면 매우 좋은 나무였던 것이 분명하다"며 "앞으로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은 이 유해에 담겨있는 '형제애'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안치 기도가 끝난 뒤 주교들은 유해 안치소로 이동했다.
유해 안치소는 초남이성지 내 교리당에 마련됐다. 교리당은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동생 유관검이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논한 장소다.
주교들은 관 모양으로 마련된 유해함 끝에 교구장 문장을 붙인 뒤 봉인했다.
유해함 위로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담긴 성광이 각각 놓였다.
예식이 모두 끝난 뒤 신자들은 자유롭게 안치소로 와 참배했다.
순교복자 3인의 유해는 지난 3월 천주교 전주교구가 초남이성지의 바우배기를 성역화하는 작업 중에 발견됐다.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천주교 교리를 배운 뒤 천주교 예법으로 장례를 치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230년 전인 1791년 11월 13일 전주 남문밖에서 침수를 당했다.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능치처사됐다.
당시 초남이 일대에서 세력을 유지했던 유항검은 위험을 무릅쓰고 중죄인으로 간주돼 끔찍한 죽음을 맞은 동료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자신의 땅에 묻었을 것으로 전주교구는 추정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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