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금리 인상, 대출 절벽..미리 받는 결산서

2021. 9. 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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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관리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 수개월 금융불균형과 물가상승률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던 금융통화위원회와 그 위원회 출신의 신임 금융위원장인지라 시장은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의 공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태껏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해온 패턴을 살펴보면 이 정도의 물가상승 추세에 금리인상이 반드시 따랐던 것은 아니다. 때문에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이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따른 대응이라기보다는 금융불균형 해소의 일환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금융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더 강하게 표명하는 것은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금융위원장의 포부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와 개별 차주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소위 DSR) 적용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출 규제는 가계의 차입 규모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역병의 시절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한은과 금융위가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조의 칼을 꺼낸 것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두 기관이 공유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불어난 가계부채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야기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꺼낸 정책 수단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에는 기존의 저금리 기조가 금융불균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낮은 금리를 상향조정하면 금융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서 말이다. 낮은 금리가 주택 매매 수요를 지지하고 가격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은 대체로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이 과정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할 것 같다. 비유를 들자면 줄을 묶어 수레를 끌 수는 있지만 밀 수는 없는 노릇과 같다. 또 혹자는 금리조정이 이번 1회로 끝날 것이 아니니, 그러면 금리인상의 효과는 점점 커져 가계부채의 증가와 주택 가격의 상승세에 적절한 제동을 가할 것으로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을 비롯한 다른 금융 부문이 먼저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통화 당국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예상대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 가격 상승세를 꺾어,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금융불균형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낮아진 주택 가격에 자가 보유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하지만 전·월세 그리고 매매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현재 주택시장 구조상 이런 식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주택은 경제적 여유가 더 있는 사람에게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대출 규제정책은 금융불균형 문제를 자산불평등도의 심화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책 환경이 녹록지 않다.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임을 이해한다. 더욱이 금융불균형의 책임 소재를 금융시장 내부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한은과 금융위의 정책 공조 범위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아마도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무주택자들에 대한 특별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나 주거 서비스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당연히 이를 맡아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운영할 타 공공기관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주택 가격의 하향안정세를 유인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방침을 완화하는 것도 금융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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