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김혜은 "딸 위해 열심히 연기, 사춘기라 작품 상의도"[EN:인터뷰②]

황혜진 2021. 9. 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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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김혜은이 딸과 출연작, 역할에 대해 상의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은은 9월 9일 막 내린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극본 윤희정/연출 김노원)에서 BSN 심야뉴스 앵커 차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김혜은은 캐릭터 특유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마지막까지 깊은 몰입감을 자랑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헤어스타일은 물론 메이크업, 액세서리까지 화려함을 추구하는 캐릭터를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전언.

김혜은은 '더 로드 : 1의 비극' 종영 기념 뉴스엔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화려하고 패셔너블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2회에서 죽다 보니까 계속 상복을 입고 있고 이후의 상황이 감정적으로 붙어 있어 옷을 갈이 입을 수가 없고 컬러를 바꿀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날짜들이 붙어서 D-5까지 나오고, 드라마 12회 중에서도 날짜가 쪼개져 시간이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거의 블랙으로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캐릭터 특성상 블랙만 입을 수 없어 블랙 안에서 차서영에게 맞춰서 어떻게 변주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과연 블랙만 입고 나오는 걸 좋아하실까?’, ‘나는 상중이지만 화면으로 봤을 때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그나마 컬러감을 줄 수 있는 역할이 나 하나인데 그래서 컬러감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복잡다단한 감정 표현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김혜은은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여자를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처음에 대본을 딱 받았을 때 ‘이런 여자가 세상에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캐릭터를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차서영을 담느라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고, 그 일이 내 연기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김혜은은 "‘학대받다가 죽은 아이가 만약 목숨을 부지해 잘 살았다 하더라도 바르고 중심을 갖춘 눈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자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성공을 지향했거나, 그 성공도 균형 잡힌 것이 아니라 그냥 인정받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학대를 받았다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차서영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정말 불쌍한 여자다. 모든 게 도구화된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근데 이런 부분을 나쁘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한 영혼을 두고 상상을 해 본 거다. 아이가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다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이지 않았을까? 학벌, 좋은 직장,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앵커의 자리라면 학대당하고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그렇게 사는 게, 어쩌면 너무 갑자기 다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런 아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 값진 사람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모르고 자랐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를 무엇으로 찾을지 생각하니까 모든 게 이해가 됐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아이가 자라온 과정을 상상하면서 어른이 된 차서영, 아이 차서영을 연결해 보니까 이해가 됐어요."

김혜은은 지난해 방영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속 강경자에 이어 '더 로드 : 1의 비극' 차서영까지 주어진 모든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하며 '역시 김혜은'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김혜은은 "강경자는 그냥 멋있는 캐릭터였다. 내가 아닌 다른 누가 했어도 박수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운이 좋아 강경자 캐릭터를 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한 것이고, ‘더 로드’ 같은 경우는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가 몇이나 있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고 처음부터 ‘왜 나지? 왜 내가 해야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운명적으로 다가온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지 말고 내 인생의 숙제라고 생각하면서 풀어나가 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때 힘들었다면 그만큼 자신감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자신감을 얻었어도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데 막막하기는 또 마찬가지더라고요. 자신감을 얻고 나서 다음 작품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다음 작품에 들어가면 다시 돌아가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또 차서영이 아니잖아요."

향후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굉장한 푼수 엄마, 못 말리는 엄마, 똑똑하지 않고 자식들한테 엘리트 엄마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엄마의 삶이 아이들한테 삶의 원천이 되는 부지런한 농부 같은 엄마, 잔소리하고 훈계하는 그런 엄마가 아니고 자기의 매일이 부지런하고 땀 흘리는 노동의 대가를 매일 하는 엄마 등을 꼽았다.

"말할 때 보면 욕도 잘하고 그런 엄마 있잖아요. 일하는 엄마가 힘든 일을 마주했을 어떻게든 해내는 과정, 힘들어서 짜증도 내지만 힘든 과정을 같이 공유하고 싶거든요. 그게 교육인 것 같아요. 무슨 책을 읽고 점수를 몇 점 받는 이런 것보다 제가 난관이나 불가능한 일을 마주했을 때 제 태도가 과연 어떠할까를 자식들이 보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이런 것들이 나중에 제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그런 엄마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김혜은은 2001년 치과의사와 결혼, 슬하 딸을 두고 있다. 김혜은은 딸의 존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하며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과정을 딸이랑 많이 상의한다"고 밝혔다.

"딸이 배우로서 엄마를 보는 가치관도 들을 수 있고, 엄마가 왜 이 역할을 해야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잖아요. 엄마가 이 역할을 하겠다고 해서 딸에게 그냥 받아들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사춘기 소녀인 데다, 저로 인해 딸이 겪어내야 될 일상이 있기 때문에 그걸 외면하고 작품 선택을 할 수 없겠더라고요."

향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캐릭터로 명확하게 그린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혜은은 "대중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은 예전부터 더는 그려진 게 없었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과정은 시청자 여러분이나 관객 여러분, 그리고 필모그래피가 이야기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서 보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시겠지만, 쉬운 작품만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제가 해야겠다고 판단되면 마주 해온 것 같아요. 좋은 역할, 좋은 이미지,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이미지를 갖고 올 수 있는 작품들에 이미 해탈했죠.(웃음)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좋은 역할이라고 하면 JTBC ‘이태원 클라쓰’의 강민정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런 작품만 하고 싶지 않고,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작품만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더 로드 : 1의 비극'은 어린 생명을 잃게 했으면서도 감추기에 급급한 어른들, 명예나 사회적 지위를 생명의 소중함보다 중시하는 인간들의 극한 이기주의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차서영을 연기하며 새롭게 느끼고 깨달은 바는 무엇일까.

김혜은은 "제대로 된 어른들이 많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면 하루하루 인간이 더 극악해져 간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야'라고 했는데, 지금은 드라마보다 더 잔혹한 일들이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건 누구의 탓일까. 난 어른들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고 어떤 삶을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없다. 세대가 다음 세대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부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불행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비극이라는 건 자기들의 죄에 대한 대가를 비극이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처음 ‘더 로드’ 대본을 받았을 때 ‘저런 여자가 어디 있어. 저런 엄마가 어디 있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뉴스를 보니까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더라고요. 무서운 사회에 살고 있어요. 연기를 하며 준영이가 불쌍했어요. 준영이랑 연우는 어른들의 세계를 이미 다 알고 아픔을 안고 있어요. 어른들 때문에 죽고 망가졌거든요. 저는 이번 드라마를 어른들의 죄 때문에 아이들이 죽게 된 이야기라 이해했어요."

끝으로 김혜은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다음 드라마를 준비 중이고, 필요한 것들을 훈련하느라 고되지만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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