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김혜은 "기상캐스터→앵커 연기, 15년만 뉴스 쉽지 않았다"[EN:인터뷰①]

황혜진 2021. 9. 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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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김혜은이 앵커 연기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김혜은은 9월 9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극본 윤희정/연출 김노원)에 출연했다. 극 중 차서영으로 분해 탁월한 감정 변주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재입증했다는 평가다.

김혜은은 '더 로드 : 1의 비극' 종영을 기념해 최근 뉴스엔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을 마무리한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작품이라서 아직까지 여운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끝났는데도 되돌려보기를 하며 내 연기가 부족하고, 여전히 작품 중인 것 같이 느껴진다. 11부를 봤다가 3부를 봤다가 하며 '왜 연기를 저렇게 했지'라고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시국 속 진행된 촬영인 만큼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김혜은은 "현장에서 연기할 때 마스크를 벗고 연기해야 한다.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연기를 안 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하고 있고 연기할 때는 벗어야 돼서 화장 고칠 때 아주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남으니까 화장 계속 다시 해야 돼서 힘들었어요. 마스크 쓰고 벗는데 비용이 아주 많이 들었죠.(웃음) 코로나가 많은 힘든 상황을 만들었지만 스태프와 연기자 모두 최선을 다했어요."

김혜은이 구현한 차서영은 BSN 심야뉴스 앵커였다. 청주 MBC 아나운서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김혜은은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앵커 도전은 처음이었던 만큼 '더 로드 : 1의 비극'은 김혜은에게 일종의 꿈을 이뤄준 작품이었다.

김혜은은 "공채 시험을 보는 아나운서들에게 뉴스를 가르친 적이 있다. 이번에 ‘더 로드’를 하며 15년 만에 뉴스를 해봤다. 기상 캐스터나 방송할 때의 발음을 없앤 지금의 상태에서 다시 하려고 하니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외모적으로도 제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 어떻게 나올지 고민했었어요. ‘그림이 어떻게 나올까? 어울리긴 했을까?’라는 생각들을 했는데, 지금의 저는 정형화된 앵커가 아니라 느낌적으로 기존에 없는 앵커를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디자이너 분이랑 헤어스타일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옷 스타일도 트랜디한 느낌의 정장 위주로 입었어요. 제 성격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정형화돼 있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김혜은은 2회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과 자신의 욕망 사이 괴리감을 연기하며 말 그대로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쳤다. 배우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김혜은은 "차서영이라는 캐릭터가 장면마다 난관이 있었다. 내가 가장 진정성 있어야 하는 것은 아들을 외면하고 자기만을 아는 엄마였지만, 부검을 하기 위해 부검대 위에서 아들을 발견했을 때 차서영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가늠하기 참 어렵더라. 나라면 당연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겠지만 ‘차서영은 어땠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눈물 한 방울을 뚝뚝 흘렸을까?’, ‘짐승처럼 울었을까?’, ‘아니면 수현 앞에서 그마저도 쇼처럼 행동했을까?’, ‘슬프지 않았지만 굉장히 슬픈 척 더 울었을까?’ 등 참 많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그 울음이 차서영의 이후 상황을, 차서영이라는 인물에게서 자식에 대한 존재감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마저 쇼를 하며 자식 앞에서 울어버리면 기본적으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 연기를 하고 싶지도, 연기를 하는 의미도 찾을 수도 없겠더라. 그래서 복수심을 담은 울음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죽은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거다. 차서영은 아들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준영이라는 아이가 보험같이 느껴졌을 것 같다. 난 차서영이 백수현을 사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삐뚤어진 사랑이긴 하지만 그 사랑을 붙잡아 두고 싶어 아이를 담보처럼 남자를 붙잡기 위한 수단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일단 자신의 핏줄이 내 앞에서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짐승 같이 울었을 것 같았고, 자기도 모를 울음을 울어 놓고 ‘왜 이렇게 울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백수현에 대한 분노, 적대심 같은 감정들은 씻을 수가 없죠. 그런 울음을 섞어 연기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도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이 배우로서 한계로 다가왔어요. 근데 그 장면이 한 번에 오케이 돼서, 배우로 살면서 이렇게 또 한 고비가 넘어가는구나 싶었어요. 그 장면을 찍고 차서영이라는 역할을 하는 것에 있어서의 약간의 안도감 같은 게 들었죠. 아마 이 역할을 해내는 것에 대해 많이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역할을 하는 이유부터 찾아야 하고,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역할보다 더 많았었던 것 같고, 이 역할 다음에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까지 있어야 하는 그런 역할이었어요."

이외에도 김혜은은 백연우(김민준 분) 유괴 납치 후 취조받는 연기, 남편 최남규(안내상 분)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모습, 재판을 받는 연기 등 극적인 상황을 연기했다. 감정 소모가 적지 않았을 터. 김혜은은 차서영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감정 연기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부검실에서 아이를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 차서영의 캐릭터가 다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차서영은 엄마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무지했고, 아이를 떠나보낸 후 뒤늦게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것을 자각하자마자 자기가 원하는 성공을 이루고 난 뒤에도 금방 헛헛해진다"고 말했다.

"허무를 빨리 느낀다는 건 그만큼 똑똑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허무를 깨달았기 때문에 아이의 미스테리한 죽음을 더 이상은 넘길 수 없었던 거죠. 저는 오히려 그래서 차서영이 법정에 섰고, 남들이 봤을 때는 죗값을 받는 것이지만 저는 그게 ‘차서영의 구원이다’고 생각해요. 잘 나갈 때는 저주였잖아요. 이루려는 욕망 때문에 아들의 죽임이 어떤 죽음인지를 보지를 못하는 거예요. 자기의 성공 욕심 때문에 그게 얼마나 저주예요. 아들이 죽을 때 죽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제 몫의 죄를 달게 받은 것이고, 저는 그게 차서영의 구원이 그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인간답게 살기 시작한 그때부터. 차서영의 캐릭터가 이해하기 힘들어서 차서영의 어린 시절을 상상했어요. 어린 시절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야기가 튼튼했던 것 같아요. 이 여자가 이해되지 않아 품었던, 죽지 않고 학대 끝에 살아남은 어린 아이가 제 가슴에 있었기 때문에 이 아이가 어른으로 자랐다면 충분히 이럴 수 있다는 게 이해됐던 것 같아요."

백수현 역의 지진희, 서은수 역의 윤세아, 서기태 역의 천호진, 최남규 역의 안내상, 오장호 역의 강성민 등 이번 드라마를 함께한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었다. 김혜은은 "배우들의 성품이 좋아 다들 불평불만이 없었다. 우리 작품 모든 배우들이 긍정적인 배우들이었다. 그렇지만 긍정 에너지가 생기기 쉬운 작품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각자 본인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그게 큰 에너지가 됐고, 멋있는 분들 앞에서 나도 부끄럽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김혜은은 지진희에 대해 "지진희 선배는 진짜 존경할 만한 점이 많다. 체력도 정말 좋고 정신력도 좋고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 또 배우고 싶었던 건 에너지를 쓸 데 쓰고 저축할 때 저축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탁월한 느낌이었다. 대립하는 장면이 많아 감정을 갖고 있어야 돼서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쉽다. 그리고 안내상 배우가 남편이라서 감사했다. 덕분에 편하게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늘 상대 배우들한테 영향을 받아요. 에너지 좋은 배우한테는 좋은 에너지를 받고 늘 상대배우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상대배우가 누군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선순환되는 작업이기 때문이죠."(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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