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정은 전략은 비핵화 아닌 核강대국

기자 2021. 9. 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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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핵강국의 길을 거침없이 걷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이 인민들 앞에서 직접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킬 것"이라고 했다.

안보실장을 지낸 정 장관이 김정은 입술에 의존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답변을 언제까지 보고 들어야 하나.

정 장관, 김정은이 북한 인민에게 약속한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강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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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김정은이 핵강국의 길을 거침없이 걷고 있다. ‘걷는’ 정도가 아니라, 핵강국으로 가는 큰길을 질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는 질주하는 차가 일으킨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말라가는 가로수 같다. 어쩌다 국가안보가 이 지경이 됐는가?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일부터 일주일도 안 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직후 우리 군 당국이 대통령에게 ‘미상의 발사체’라고 초기에 보고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노동신문을 통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하자 군 당국도 뒤늦게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알 수 있는 경험을 가진 필자는 군 당국이 발사 초기 단계에 그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순항미사일인지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몰랐다면 이전 정부의 합참, 군 당국보다 탐지 시스템이 중대한 고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상의 발사체’라는 초기 네이밍에 문 정부의 ‘냉가슴’ 앓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당연히 유엔 제재 위반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완화에 목을 매고 있는 정부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미사일을 쐈을까? 핵탄두를 가진 북한이 핵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미사일 기술이 필요하다. 사드(THAAD), 패트리엇 등 우리 군의 요격 능력을 회피할 이스칸데르 미사일 개발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핵탄두와 미사일 능력이 결합돼야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 능력이 나온다. 핵의 전술적 사용 능력 정도가 핵강대국 도달 수준이다. 북한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핵강대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이 핵강대국임을 과시하는 것은, 미국과 핵군축 회담을 요구하려는 전략적 배경 때문이다. 핵군축 회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라는 단골 메뉴가 준비돼 있다. 아마도 탈레반이 미군을 철수시키고 아프간 정부를 붕괴시킨 일에 상당히 고무된 가운데 미사일 발사를 결심했을 것이다.

대선을 6개월 앞둔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문 정부를 심하게 압박할 것이다.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되면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직후에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비핵화 진전과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발해도 지원받는 북한이 무엇이 두려워 도발하지 않겠는가? 인도적 지원을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가는 핵강대국의 길은 직시해야 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이 인민들 앞에서 직접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킬 것”이라고 했다. 안보실장을 지낸 정 장관이 김정은 입술에 의존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답변을 언제까지 보고 들어야 하나. 정 장관, 김정은이 북한 인민에게 약속한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강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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