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이재명식 본질 흐리기

방승배 기자 2021. 9.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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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헤링(Red herring)'은 오래 보관하기 위해 훈제한 '붉은 청어'를 말한다.

1800년대 영국의 죄수들은 탈옥 전에 레드헤링의 강한 냄새로 감시견에게 혼란을 일으켜 추격을 따돌리곤 했다고 한다.

차량 접촉사고로 운전자들끼리 시비를 벌이다 불리한 사람이 "너 몇 살이야?"라고 하고 상대방이 "왜 반말이야"로 맞받아치면 애초에 시비가 붙게 된 사고의 원인 등 본질이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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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차장

‘레드헤링(Red herring)’은 오래 보관하기 위해 훈제한 ‘붉은 청어’를 말한다. 1800년대 영국의 죄수들은 탈옥 전에 레드헤링의 강한 냄새로 감시견에게 혼란을 일으켜 추격을 따돌리곤 했다고 한다. 레드헤링은 훗날 경제 영역에 차용돼 ‘거짓 신호’, 본질 흐리기, 물 타기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보면서 그가 ‘레드헤링’을 사용하는 데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곤란한 질문이나 공격을 받으면 동문서답하다가 성동격서식 역공을 펼친다. 최근 파장이 일고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인근의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이 지사의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이 딱 그랬다. 이 지사는 1조55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공공개발 이익 5503억 원만 강조하고 민간개발업체로 흘러들어 간 수천억 원에 대해선 “알 필요도 없고 관여할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소수의 특정 민간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간 사안을 해명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건 알 필요가 없다고 한다. ‘개발이익환수’를 통해 시민들에게 이익을 돌리겠다며 사업을 벌였으면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가야 정상이다. 이 지사는 사건의 본질을 보수언론의 마타도어로 몰아가려 했다. 그는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보수언론을 향해 “대선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차량 접촉사고로 운전자들끼리 시비를 벌이다 불리한 사람이 “너 몇 살이야?”라고 하고 상대방이 “왜 반말이야”로 맞받아치면 애초에 시비가 붙게 된 사고의 원인 등 본질이 사라지는 것이다.

기자회견이 있었던 날 TV토론에서도 그의 본질 흐리기가 이어졌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방법을 묻는 말에 줄곧 ‘할 수 있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해온 것을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이제까지 11번 토론에서 매번 기본소득 재원 대책을 물었는데, 묻는 사람들이 만족하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박용진 후보는 더 이상 안 물어보겠다고 했고, 사퇴하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의 이 같은 답변 회피 태도에 대해 “선제골 넣은 이라크 침대 축구와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도마에 올리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세우는 전략을 썼다. “바지라도 벗을까요”라는 말은 과도하게 대응하다 나온 실수였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해서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충분히 아실 만한 분이 그러니 제가 짜증이 난 것”이라며 되레 정 전 총리 탓으로 몰아세웠다. 정 전 총리가 말했듯이 아직 많은 국민은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 해명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 전 총리는 한 TV토론에서 “이 지사는 나쁜 버릇이 있다. 누가 질문을 하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한다”고 했다.

이 지사의 화법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다른 주자들이 대선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수없이 지적했다. 이 지사 대세론이 형성된 민주당 경선에선 이 지사의 본질 흐리기 화법이 먹혔는지 모르지만 본선에선 다르다. 이 지사가 국민을 훈제청어의 강한 냄새에 후각을 잃는 감시견 정도로 본다면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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