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1400마리에 '작살' 꽂았다.."페로제도, 학살 멈춰라"

이본영 2021. 9. 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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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말 그대로 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달아날 곳을 찾지 못한 돌고래떼는 얕은 물과 해변에서 인간이 내리꽂는 작살을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고래잡이 행사에서는 수백명이 해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쾌속정과 제트스키에 탄 몰이꾼들이 흰줄무늬 돌고래떼를 좁은 피오르 만으로 몰았다.

얕은 물을 빽빽이 채우고, 해변까지 올라운 돌고래들을 작살이 사정없이 찔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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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통 행사에서 1428마리 사살
역대 최고 기록에 현지인들도 "놀랍다"
끔찍한 대량 사살에 세계적 비난 여론
12일 페로제도 해변에 사냥 당한 흰줄무늬 돌고래떼가 누워 있는 가운데 바다가 피로 물들어 있다. 사진 출처: ‘시 셰퍼드’

바다는 말 그대로 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달아날 곳을 찾지 못한 돌고래떼는 얕은 물과 해변에서 인간이 내리꽂는 작살을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북대서양의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에서 단 하루에 돌고래 1400마리 이상이 죽임을 당해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다. <비비시>(BBC)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2일 연례행사로 진행된 돌고래 사냥에서 기록적 학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고래잡이 행사에서는 수백명이 해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쾌속정과 제트스키에 탄 몰이꾼들이 흰줄무늬 돌고래떼를 좁은 피오르 만으로 몰았다. 얕은 물을 빽빽이 채우고, 해변까지 올라운 돌고래들을 작살이 사정없이 찔러댔다. 몸부림이 멎은 뒤에는 붉은 피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올해 행사는 대풍이었다. 1428마리를 하루 만에 잡았다.

고래잡이 행사는 페로제도의 수백년 된 전통이다. 포경에 대한 반발 여론 때문에 규제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고래잡이 훈련 인증서만 있으면 다른 제한 없이 사냥할 수 있다. 이곳에서 고래잡이는 상업적 용도가 아니라 생업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12일 페로제도 해변에 사냥 당한 흰줄무늬 돌고래떼가 누워 있는 가운데 바다가 피로 물들어 있다. 사진 출처: ‘시 셰퍼드’

하지만 현지인들도 ‘의외의’ 학살 규모에 놀랐다. 그동안 페로제도에서 잡힌 흰줄무늬 돌고래는 연간 250마리 안팎에 불과했다. 현지 포경업협회 회장은 <비비시>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많이 죽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같은 행사에서 1940년에 돌고래 1200마리를 잡은 게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다며 “큰 실수였다. 애초 돌고래떼를 탐지했을 때는 200마리 정도로 짐작했다”고 했다. 충격적인 사냥 장면에 비난 여론이 일자, 페로제도가 지역구인 덴마크 의원이 현지를 방문해 바깥 여론을 전달하기도 했다.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덴마크인들의 50% 이상이 고래사냥 중단을 요구했다.

고래잡이 옹호자들은 현지인들의 사냥법은 고래 목숨을 단 1초 만에 끊기 때문에 잔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단체 ‘시 셰퍼드’는 그렇게 빨리 고래 목숨을 앗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반박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돌고래떼 규모 때문에 사냥이 길어져 돌고래들이 장시간 고통을 겪다 목숨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 밖으로 올라온 돌고래들은 죽임을 당할 때까지 고통스럽게 숨을 쉬어야 했다. 일부 사냥꾼은 자격증도 없었다. 2017년 발효된 페로제도의 행정명령은 충분한 숫자의 사냥꾼을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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