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전두환 축출 역쿠데타' 움직임, 미 "12·12만큼 위험" 반대

김지은 2021. 9. 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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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80년 당시 한국군 내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역쿠데타' 모의 관련 정보를 입수했지만, '군 내부의 분열이 12·12사태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는 사실이 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또 최규하 대통령에게 '육군 내 소요 가능성' 관련 소문을 들었다고 전하고, 미국이 양쪽 모두에 매우 강하게 경고한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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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관련 미 비밀해제 문서
"장성 30명이 지원 요청해왔지만
혼란 우려 지지하지 않았다" 기록
주한미국대사 등 회고록에도 나와
16일 공개된 1980년 2월1일자 주한미대사관 전문 사본

미국이 1980년 당시 한국군 내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역쿠데타’ 모의 관련 정보를 입수했지만, ‘군 내부의 분열이 12·12사태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는 사실이 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미국 정부에 관련 동향을 전한 건 이범준 중장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됐다.

이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로 보낸 1980년 2월 1일자 전문에 나오는 내용으로, 미국 카터대통령기록관이 최근 외교부에 전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국 정부의 비밀해제 문서에 포함됐다.

전문에서 미 대사관은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도 류병헌 합참의장한테서 ‘군 내 추가적 소요의 조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군 내 신군부세력에 대한 ‘역쿠데타’ 움직임은 앞서 윌리엄 글라이스턴 주한미국대사와 위컴 사령관의 회고록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과거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육군 장성 30명이 접촉해와 ‘역쿠데타를 지원해주겠냐고 물었다’고 공개하기도 했으나, 그들이 누군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당시 국방부 방위산업차관보였던 이범준 중장과 안종훈 군수기지사령관일 수 있다는 관측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이 중장은 육사 8기로 전두환보다 3기수 선배다. 이 중장은 1980년 2월 예편한 뒤 해운항만청장에 기용됐고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해 11·1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교통부 장관과 한국조폐공사 이사장을 역임했다.

미 대사관은 이 장군의 제보 내용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두환 반대 움직임이 논의될 회의에 어떤 장교들이 동참하는지 모른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대사관은 “이 장군에게 반드시 답을 해야 한다”며 “그의 제기를 무시할 경우 미국 쪽의 침묵을 역쿠데타에 대한 묵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는 12월 12일에 권력을 장악한 군 지도부가 이 이상 그들의 입지를 확대하거나 민간 정부를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강하게 반대”하는 동시에 “다른 장교들이 12월 12일에 벌어진 일을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그만큼 위험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이 장군에게 전하겠다며 국무부의 승인을 요청했다. 또 최규하 대통령에게 ‘육군 내 소요 가능성’ 관련 소문을 들었다고 전하고, 미국이 양쪽 모두에 매우 강하게 경고한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려달라고 했다.

이날 새로 해제된 비밀문서는 206쪽 분량으로 16일 공개됐다. 문서들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인계돼 기록관 웹사이트에도 공개된다. 앞서 미국 쪽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 해제했으며, 올해 5월 14건, 6월 21건을 추가 해제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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