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따상 찍을까?" 개미들 콩닥콩닥..가능성 따져보니
청약 증거금 56조원을 모은 올 가을 IPO(기업공개) '최대어' 현대중공업이 17일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다.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할지 주목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8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405.5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56조562억원을 모았다. 역대 IPO 중 6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공모가는 6만원으로 정해졌다. 상장일 공모가의 두 배인 12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 주가는 15만6000원이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에서 13조8486억원으로 불어난다.
상장일 당일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다. 상장 당일 현대중공업의 유통가능 주식 수는 853만8483주, 전체의 9.6% 비중이다.
현대중공업은 환경 선박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를 자청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선주 증시 상장은 2001년 대우조선해양 이후 20년 만이다. 2017년 4월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레트릭 3개사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된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선 조선주는 없었다.
그만큼 비교 기업을 찾기 어렵다. 국내에 상장된 조선주의 희소성은 '양날의 검'이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플랫폼 등과 거리가 먼 장치산업이라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있다. 조선업 특성상 이들 산업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거나 확장성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확실히 시장에서 '큰 재미 볼 종목'이라는 인식은 적은 편"이라며 "최대 시총 5조원에 달하는 대어치고는 관심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6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5조원대로 책정됐다. 공모가 6만원은 상반기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에 해당해 경쟁사 대비 저렴한 편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각각 1.33배, 1.10배"라며 "현대중공업의 공모 PBR 밴드는 0.77~0.87배로 경쟁회사 대비 낮은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시가총액 5조원이 넘는 대형주인 점은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을 키운다. 코스피200의 경우 상장 이후 15영업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보통주 시가총액 순위 50위 이내에 포함되면 신규 상장 종목 특례편입이 가능하다.
현재 코스피 시총 50위인 한화솔루션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중반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제시한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는 9만원으로, 시총으로 따지면 약 8조원 수준이다.
최근 상장한 대형 공모주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확정된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나란히 연기금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5752억원, 5546억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의 ETF(상장지수펀드)와 인덱스펀드, 이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주요 기관투자자 자금을 모두 더하면 약 40조원 수준이다. 이중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으로 약 2800억~3500억원이 추가 유입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점도 호재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일진하이솔루스의 선전, 크래프톤의 반등 등으로 IPO 시장이 다시금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연기설이 제기되면서 다른 대어급 공모주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적어 상장일 물량이 대거 출회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 공모주 349만1300주를 배정받았다. 이중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1.2%(4만1500주)에 불과하다. 미확약 물량 344만9800주가 상장 첫날부터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지부진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도 아픈 손가락이다. 2019년 초 인수후보로 확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해외 조선사들의 거센 반발로 아직도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았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합병되는 것에 대한 해외 조선사들의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안다"며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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