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변죽만 울리는데 집값을 어떻게 잡을까

연지연 기자 2021. 9.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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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공급확대를 위한 현장애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노형욱 장관 주재로 열린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건설사, 시행사 등이 건의한 내용이 대거 반영된 개선안이었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고심해 차선책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산정이 불합리해 주택 공급을 눈앞에 두고도 청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분양 단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바로잡겠다고 했다. 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될 수 밖에 없어 4인 가족의 선택지는 예산에 맞춘 구축 아파트 뿐이라 패닉바잉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개선안에 반영됐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크기가 확 커졌고 바닥 난방 설치 불가 등 규제도 완화해줬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대책의 결과로 공급이 일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오피스텔 가격을 올릴 뿐, 아파트 가격을 낮추진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아파트 분양가보다 오피스텔 분양가가 더 비싼 시대가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분양가를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분양한 경기도 성남시 고등지구 ‘판교밸리자이’가 대표적이다.

판교밸리자이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의 분양가는 7억7000만∼8억5600만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면적의 오피스텔 분양 가격은 9억3500만∼10억7300만원이었다. 지난 6월 분양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84㎡의 아파트 분양가는 약 4억4000만~4억9000만원인데 같은 면적의 오피스텔 분양 가격은 9억1660만원이었다. 분양가가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구축 아파트 대신 신축 오피스텔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한국부동산원이 내놓는 주택매매지수 상승률은 다소 꺾일 수 있다. 대신 오피스텔 매매지수가 높아질 뿐이다. 오피스텔을 아파트 대신 비싼 값에 사는 사람이 늘어날 뿐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변화를 불러오기엔 부족하다는 뜻이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벼락거지 심정인 무주택자의 허기를 채워주기 부족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당시 정부가 건설사의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신설해준 주거 유형이다. 주택법상 주택이지만 주차장, 부대시설 등의 설치 의무가 없고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 대상에서도 제외돼 아무래도 아파트보단 주거환경의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주택은 주택이기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면 그간의 박탈감을 해소시켜줄 청약의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주차장도 부대시설도 없는 집 하나 샀다고 모두가 원하는 신축 아파트의 청약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이들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정부는 많은 것을 내준 것 같겠지만, 실수요자들의 만족이 나올 리 없다. 추가된 선택지가 맘에 드는 선택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매주 진행되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 브리핑은 벌써 19번째를 맞았다. 19주 동안 정부 정책 방향은 많이 바뀌었다. 공공 주도만을 강조하다 민간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공급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젠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만한 정책변화를 가져올 때가 됐다. 더 이상 변죽만 울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전향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을 나오게끔 해야 한다. 이런 핵심을 찔러주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의 메아리는 이렇게 돌아온다.

“앞으로 3년간 제대로 된 공급이 없어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이 말이 참이건 거짓이건, 이 전망이 맞건 틀리건,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은 집을 매수할 궁리만 할 뿐이다. 매물이 잠겨버린 시장에서 가격에 쫓겨가면서.

8월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은 2008년 6월 이후 13년 2개월만에 최고치다. 변죽만 울리다간 내년 이맘때도 같은 통계를 받아들고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집값 상승세 성패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변화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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