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12 직후 한국군 내 '反전두환 역쿠데타' 반대했다

조의준 기자 2021. 9. 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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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기밀문서 해제 "12·12 되돌리려다 처참한 상황 올 수 있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8월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영근 기자

미국이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역(屰)쿠데타’ 모의 사실을 입수했지만, 더 큰 혼란을 우려해 현상 유지를 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역쿠데타’ 모의는 과거 주한미국대사의 회고록 등에서 일부 알려졌지만,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실은 미국 카터대통령기록관이 최근 외교부에 전달한 206쪽 분량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국 정부의 비밀 해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전문 중에는 1980년 2월 1일 한국군 내 반(反)전두환 움직임을 담아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도 있다.

전문은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군 내부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범준 장군'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용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범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되는데 이미 돌아가셔서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 전 차관보는 전두환 쿠데타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쿠데타 모의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의 회고록에도 나왔는데, 대사는 모의 주체를 ‘선배 장교그룹’으로만 묘사했다.

그러나 미국대사관은 즉각 움직이지 않고 ‘역쿠데타’ 움직임 제보 배경 파악에 나섰다. 역쿠데타에 대한 미국측 반응을 떠보려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사관은 제보자의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잘못 대응할 경우 역쿠데타 음모에 말려 들어갈 수 있음을 우려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대사관은 “미국 정부는 12월 12일 군 권력을 장악한 지휘관들이 입지를 더 강화하거나 민간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른 장교들이 12월 12일 일어날 일을 되돌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이 장군에게 전달하겠다고 국무부 승인을 요청했다. 대사관은 “미국 정부는 한 군집단이 12월 12일 일어난 일들을 되돌리려 하거나 다른(쿠데타) 세력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수준으로 입지를 더 강화할 경우 한국에 처참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모든 관련자에게 최대한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5.18 당시 누가 광주시민에 발포를 명령했는지 등 군사작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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