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씩 오르는 강남 아파트값.. "강남발 상승 사이클 재현 우려"

최상현 기자 2021. 9. 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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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패닉바잉’이 거세지며 노원구와 도봉구 등의 아파트값이 한 달 동안 1% 넘게 뛴 가운데,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의 상승세도 이에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이 주변 지역의 연쇄 폭등으로 퍼져나가는 ‘상승 사이클’이 재현될 조짐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값이 1% 이상 상승한 지역은 노원·도봉·강북구와 강남·송파구 등 총 5곳이었다. 노원구는 아파트값이 한달 새 1.49%나 뛰었고, 이어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1.26%와 1.04%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값이 지난달 각각 1.15%와 1.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서초구(0.99%)와 중랑구(0.96%), 용산구(0.96%)도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과 가장 낮은 지역들이 동시에 급등세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2억1840만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서초구(20억638만원)와 송파구(16억2524만원)도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다. 반면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7억503만원(20위)과 6억9615만원(21위)로 최하위권에 속했고, 강서구(8억5874만원) 역시 중하위권인 16위로 나타났다.

강남권에서는 ‘평당 1억’이 넘는 초고가 거래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3㎡(11층)는 지난달 11일 50억원에 거래됐다. 전달 거래가인 46억7000만원(7층)보다 3억3000만원 높아진 것으로, 공급면적(148㎡·옛 45평) 기준 평당 1억1111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130㎡ 매물의 경우 최근 58억원에 매매됐다고 한다.

노원·도봉구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 7단지’ 전용 44㎡는 지난달 17일 5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1~2월까지만 해도 4억원 중반 정도가 시세였던 아파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몇억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메리트 때문에 내놓는 족족 나간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20~30대의 ‘패닉바잉’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한 채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강남권의 폭등은 패닉바잉 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노원구 아파트 매매 442건 가운데 48.4%에 해당하는 214건이 20~30대가 매입자였다. 반면 같은 달 강남구 아파트 매매 313건에서 20~30대 비중은 26.2%(82건)에 불과했고, 40~50대 비중이 59.1%(185건)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채’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매물 잠김이 고착화된 수급 불안 현상을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는 주된 이유로 봤다. 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애초에 대출이 막혀있던 초고가 아파트는 수요 측면에 가해지는 타격이 적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아지고, 삼성동 GBC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도 예정된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로 교통여건에 정점이 찍히는 상황”이라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현금 부자’ 수요는 건재하기 때문에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곽 지역 및 경기·인천 부동산 시장이 상승 일변도로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강남발(發) ‘상승 사이클’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부동산 시장은 강남3구 다음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오르고, 또 노도강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경기·인천 순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이러한 사이클이 이미 돌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추가되면 걷잡을 수 없는 폭등장이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분양 관련 규제를 완화해 강남권 신축 물량을 풀고, 양도세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등 어떻게든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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