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코빅은 살아있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1. 9. 16.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제공=tvN

2011년 3월 KBS 예능국을 그만둔 김석현PD는 tvN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는 이명한PD를 비롯해 나영석PD 등 KBS의 간판 PD들이 본격적으로 외부로 이적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KBS를 그만두기 전까지 KBS2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며 '분장실의 강선생님' '마빡이' '사랑의 카운슬러' 등의 코너를 히트시키고 있었다. 그는 tvN에도 새로운 공개 코미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KBS 출신 개그맨들을 조용히 포섭하며 만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개그콘서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MBC와 SBS에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등 방송가는 공개 코미디 전성시대였다. '코미디빅리그'는 그렇게 2011년 9월17일 첫 방송을 탔다. 그 사이 '코미디빅리그'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 공개 코미디 콘텐츠는 막을 내렸고, 어느새 '코미디빅리그'는 10년을 맞았다.

'코미디빅리그'는 출범 당시만 해도 출연이 웬만하면 보장되던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철저하게 시청자에게 그 생사면탈권을 주는 순위제를 택했다. 그래서 누적 순위가 가장 높은 팀은 상금을 받았고, 순위가 낮은 팀은 본방송에는 나오지만 재방송에서는 제외되는 등 혹독한 경쟁 시스템을 장착했다. 거기에 지상파 3사의 주요 개그맨들이 모여 시너지를 일으켰다. MBC '개그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출신들이 초반에 주축을 잡았으며 지난해 6월 KBS2 '개그콘서트'마저 막을 내리자 최근에는 KBS 출신의 많은 개그맨들이 옮겨가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미디빅리그'가 방송가에 크게 안착한데는 유연한 회의 시스템이 컸다. '개그콘서트'로 대표되는 공개 코미디의 원동력은 개그맨들이 오랜시간 맞춰온 호흡이 주효했는데 이를 위해 개그맨들은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프로그램에 쏟아부었다.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해도 제작진의 허락 없이는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상황에서 외부활동이 많아지는 일은 자연스럽게 제작진에 눈에 나기 십상이었고 개그맨들은 이를 피했다.

사진제공=tvN

하지만 김석현PD는 '코미디빅리그'를 만들면서 이러한 관행을 바꿨다. 미리 모여서 연습하는 시간을 줄이고 유연한 회의문화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녹화 전날이나 당일 리허설을 하면서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참여해야 했지만 '코미디빅리그'에서는 대본을 들고 다니며 읽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렇게 남는 시간 개그맨들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얼굴을 보였고 반대로 여기서 얻어진 인기는 '코미디빅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 박나래, 장도연, 문세윤, 양세형, 이용진, 이진호 등의 인기는 외부에서 만들어져 '코미디빅리그' 인기의 자양분이 됐다.

10년을 버틴 저력이 생겼지만 주변의 환경은 갈수록 '코미디빅리그'의 저변을 흔드는 상황도 마주하고 있다. 갈수록 다른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이탈하는 인기 개그맨들의 숫자는 늘지만 새로운 얼굴의 유입은 더디다. 이는 따로 공채 시스템이 없는 tvN의 프로그램이기에 더욱 심하다. 지상파의 경우 공채 시스템으로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수혈돼 스타가 되지만 tvN의 경우에는 이러한 샛별의 등장 가능성이 낮다. 기존에 공개 코미디를 많이 하던 얼굴이 어쩔 수 없이 새 얼굴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코로나19로 공개 코미디의 큰 요소인 관객의 참여가 줄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코미디빅리그'는 전성기 시절 다양한 형태의 관객참여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1년 반이 넘게 무관객 상황에서 진행되는 녹화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긴 하지만 이는 '자기들끼리 즐거운 분위기'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갈수록 OTT를 비롯해 방송심의에서 자유로운 콘텐츠들이 늘어나, 지상파보다야 자유롭긴 하지만 유튜브나 다른 매체의 콘텐츠에 비해서는 규제가 있을 수 있는 케이블의 어정쩡한 입지 역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진제공=tvN

하지만 '코미디빅리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에서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어디에 있었을까. 그 수많은 공개 코미디 출신 희극인들이 모두 예능이나 유튜버로 변신해 성공할 수 없다. 결국 매주 긴장감을 갖고 출연하는 무대가 하나라도 남은 것은 우리나라 개그계에 마지막 보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최근 시즌제로 거의 완전히 옷을 갈아입은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에서 10년을 중단 없이 프로그램을 끌고 갈 수 있는 뚝심이 tvN에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다행이 최근 KBS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공개코미디 부활에 대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결국 각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원천은 그 플레이어 역할을 담당하는 출연자들의 역량이며 웃음을 주는 기본과 역량은 무대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극대화된다. 양질의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공개 무대가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공개 코미디는 다양한 예능에 출연자를 공급하고 새로운 활력소를 주는 원천이 된다.

'코미디빅리그' 측은 연말 정도에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공개 코미디가 전성기이던 시절의 1년과 요즘 같은 시대의 1년은 당연히 그 무게감과 속도감이 다르다. 이 모두를 견디고 10년을 나아간 '코미디빅리그'에 박수를 보낸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