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가 뭐길래, 100승 10승 길목에서 깊어지는 시름

[스포츠서울 | 남서영기자]아홉수가 뭐길래 이럴까.

‘아홉수 징크스’, 우리나라에서는 9, 19, 99 등 끝에 9가 붙은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한 발자국 더 전진하면 10, 100을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계단인 ‘9’가 들어간 숫자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미완의 숫자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에도 최근 이 아홉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두산 유희관은 지난 12일 잠실 LG전 개인 통산 100승을 앞두고 미끄러졌다.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한 5회초 3점 홈런 포함 4점을 내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유희관을 올 시즌 지독한 아홉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9일 KIA전 99승을 따낸 뒤 4개월이 넘도록 1승을 더하지 못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한 선수는 총 31명이다. OB베어스부터 두산이 될 때까지 장호연(109승), 장원준(129승) 딱 둘뿐이다. 유희관이 100승을 달성하며 KBO 역대 32번째이자 왼손 투수로는 7번째, 현역 투수로는 4번째, 팀 프랜차이즈로는 역대 2번째 100승 영광을 안게 된다. 또한 장호연의 109승을 뛰어넘어 팀 프랜차이즈 최다승까지 내다볼 수 있다.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도 10승 고지를 앞두고 아홉수에 빠졌다. 지난 14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4회까지 2점을 내줬고, 5회초 팀이 3점을 얻으며 10승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5회말 1사 1, 3루에 몰리며 박시영과 교체됐고, 두산이 이중도루로 동점을 만들며 데스파이네의 승리 또한 날아갔다. 데스파이네는 지난달 18일 LG전 시즌 9승을 따낸 뒤 5번의 경기에서 승리 수확에 실패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특급 활약을 펼쳤다. 출전한 35경기에서 207.2이닝을 소화하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이미 KT 투수로는 단일 시즌 최다 승리 투수이자 팀 최초 15승 달성, 최초 200이닝 돌파 투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올해 10승 고지를 밟으면 팀 외인 투수로는 처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도 눈앞에 뒀다.

단 1승을 남겨둔 99승과 9승,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힘이 빠지지만 넘고 나서 돌아보면 아홉수였기에 더 극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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