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2762RPM' 진짜 마구 던지는 LG 류원석, 무한도전 다시 시작

윤세호 2021. 9.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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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만 놓고 보면 대적할 상대가 없다.

스트라이크만 넣으면 필승조로 손색이 없는 LG 류원석(32)이다.

그런데 류원석 또한 타자와 상대하지 않았다.

LG 선수들은 류원석이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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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이드암투수 류원석이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구위만 놓고 보면 대적할 상대가 없다. 같은 팀 필승조 사이드암 정우영보다 뛰어나다. 올해 들어 구속이 더 올라 155㎞까지 찍었다. 스트라이크만 넣으면 필승조로 손색이 없는 LG 류원석(32)이다.
그야말로 마구다. 구속과 회전수 모두 KBO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이다. 150㎞ 이상의 춤추는 강속구의 분당회전수(RPM)가 2700을 넘는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이 가장 강렬하게 움직이며 가장 많이 회전한다. 슬라이더 회전수는 3000RPM이 넘는다. 상대하는 타자들 또한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는다.
지난해와 올해(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까지) 류원석의 트래킹 데이터 자료. 구속과 회전수, 그리고 익스텐션까지 리그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올해 첫 등판인 지난 9일 잠실 한화전, 지난 12일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이 그랬다. 누구도 류원석의 공에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정타는 커녕 맞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류원석 또한 타자와 상대하지 않았다. 오직 자기 자신과의 승부였다. 스트라이크존과 싸워 승리했다.
한화전에서 1이닝 3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첫 두 타자를 삼진처리 했다가 다음 세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에서 삼진으로 노태형을 돌려세우며 어떻게든 무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다음 두산전은 한층 수월했다. 양석환, 강승호를 총합 공 3개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쳤다. 다음 이닝에도 등판해 삼자범퇴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 순간 동료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박수치며 류원석을 반겼다.
LG 류원석이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에서 무실점으로 임무를 마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그냥 나온 장면이 아니다. LG 선수들은 류원석이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다.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수술대에 올랐으며 투구폼을 바꿨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서기까지 6년이 걸렸다. 하지만 좀처럼 1군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늘 방출자 명단 경계에 자리했다. 겨울만 되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구위는 재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류원석이 그렇다. 개인 훈련량만 놓고 보면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류원석을 응원한다. LG 류지현 감독은 류원석을 두고 “감독으로서 고마웠고 선배로서 감동이었다. 늦게 피는 꽃도 있지 않나. 류원석은 그런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상황에 류원석을 등판시킬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불펜에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류원석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류원석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애초에 완벽한 투수는 없다. 모든 투수가 안타를 맞고 볼넷을 범하며 실점한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늘 제구가 문제였던 SSG 좌완 김택형은 올해 클로저로 도약했다. 이전보다 볼넷이 줄면서 불펜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김택형은 “어차피 나는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볼카운트 3-0에서도 볼넷 준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던진다. 볼넷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볼넷이 줄었다”고 말했다.

류원석에게 필요한 마인드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내려놓을 때 길이 분명하게 보일 수 있다. 볼넷으로 출루시켜도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된다. 누구도 공략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만큼 투구관에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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