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부동산 저격수'는 왜 SH사장을 고집하나

허남설 기자 2021. 9.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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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우철훈 선임기자


‘저격수’라고 불리던 사람이 ‘오뚝이’가 되고 싶은 걸까.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66·사진)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직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사장 후보자 2차 공모에 응모했다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면접 이후 탈락했는데 지난 14일 3차 공모에 또 응모했다. 김 전 본부장은 경실련에서 일하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집요하게 비판해 ‘저격수’란 별명을 얻은 사람이다. 지난 2차 공모에 응모한 뒤 20년 넘게 일한 경실련을 나왔다.

김 전 본부장은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20년간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이고, 공기업 사장은 결국 공익을 위해서 일하라고 있는 자리인데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라며 “또 떨어지면 또 도전하겠다. 어디 입학 시험 보고 떨어진 경우에도 또 다시 도전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앞서 SH공사는 1차 공모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김현아 전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낙마하자 2차 공모를 실시했다. 2차 공모 결과 임추위는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과 정유승 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을 추천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들 모두 지명하지 않으면서 또 무산됐다. 오 시장은 김 전 본부장을 낙점했는데, 그가 지명 전 단계에서 탈락하자 절차 자체를 무산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출석해 “김헌동 본부장님 같은 분을 모셔서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라며 “그분께 응모를 제안드렸고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거기에 응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시의회 일각에선 이 발언이 ‘김헌동 내정설’의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김 전 본부장의 3차 공모 응모에 쏠리는 시선이 대체로 곱지 않은 배경이다.

SH공사 임추위 7명 중 3명은 시의회가 추천한 위원들이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서울시 추천 위원, 다른 2명은 SH공사 추천 위원이다. 이 임추위가 지난 2차 공모에서 김 전 본부장을 탈락시켰다. 3차 공모라고 해서 그 판단이 달라질까.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 전 본부장이 재차 지원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다음은 김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 공모 이후 상황이 바뀐 게 없다. 또 응모한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제(14일) SH공사 인사 책임자를 찾아가서 ‘내가 공모에 응모할 자격이 되냐’고 물었더니 ‘지원 자격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문제 없을 거라고 예측되니 서류를 가져오면 접수하겠다’라고 해서 접수했다. 20년간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이고, 공기업 사장은 결국 공익을 위해서 일하라고 있는 자리인데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 할 줄 아는 것도 그것밖에 없고 20년을 그 일만 해서 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내가 무슨 정치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공직 한번 해보겠다고 하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나. 나보다 한 살 어린 박원순(전 서울시장)도 (시장을) 10년 했다.”

-오 시장이 지난번에 응모를 제안했다는데.

“(오 시장이) 당선되고 4개월이 지났는데도 주택 정책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느냐, 정책 제안을 좀 드렸더니 ‘밖에서 주장만 하지 말고 직접 와서 해보면 어떻냐’라고 하더라. 생각해봤는데 못할 게 없을 것 같더라. 공직이란 게 사욕을 챙기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나.”

-김 전 본부장을 탈락시킨 임추위 구성은 그대로다.

“어떤 이유로 떨어뜨렸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또 공모를 하면 또 도전하겠다. 난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 내가 부족한 건 있겠지만 잘못한 건 없다. 뭐가 부족한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해보는 거다. 다른 특별한 게 없다.”

-다른 특별한 게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의심하는 건 있다.

“내가 오 시장에게 인사청탁을 하겠나. 나를 저것(임추위 면접 합격)도 못 시켜주지 않았나.”

-청탁은 아니더라도, 오 시장이 원하는 SH공사 사장의 상에 김 전 본부장이 부합해서….

“나에게도 바람직한 서울시장의 상이 있다. 오 시장이 2006년 시장이 됐을 때 경실련에 와서 했던 약속을 잘 지켜서 집값을 잡는데 기여했다.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분양 3종 세트를 잘했다. 지금이 그런 걸 할 타이밍이다. 내가 특별한 걸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과거 SH공사가 했던 거고, 과거 정권도 했던 건데 그게 왜 잘 안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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