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일군 기업 팔고 '한국의 미네르바大' 세운다
사재 3000억 쏟아 '태재대학' 설립
2023년 개교.. 동북아 리더 양성
"하버드 못지않은 학교 만들 것"
가구업체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82) 명예회장이 한샘을 매각한 자금의 일부를 출연해 미국의 ‘미네르바 대학’ 같은 혁신적 대학교를 설립한다. 미네르바대학은 미국의 유명 벤처사업가 벤 넬슨이 2014년 만든 종합대학으로, 캠퍼스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대신 학생들은 4년간 전 세계 7개 도시를 머무르며 다양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재(泰齋)학원은 15일 창립총회를 열고 ‘태재대학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학원 이사장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태재대학 설립준비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구자문 전 선문대 부총장 등 대표적인 교육자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조 회장은 이 대학을 만들기 위해 3000억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한샘 지분 15.45%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등 약 20%를 사모펀드운용사인 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1조~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매각 대금의 일정 부분이 태재대학 설립·운영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2012년 장학 사업과 국내 학술 지원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인 태재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와 별도로 대학 설립을 위한 태재학원을 만든 것이다.
1970년 한샘을 창업한 조 명예회장은 199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0년 가까이 한샘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은둔의 가구왕’이라고도 불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소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새로운 교육에 투자해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를 키우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는데, 태재대학 설립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3월 개교가 목표인 태재대학은 매년 국내 학생 100명, 해외 학생 10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학비 걱정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염재호 위원장은 “능력이 있는 학생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고, 해외 유명 석학을 교수나 자문위원으로 초빙할 계획이다. 교수진은 약 40명 채용할 예정이다.
태재대학 학생들은 4년 동안 한국을 비롯한 5개 나라를 돌며, 온라인으로 공부하게 된다. 미·중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동북아에 정통한 세계 리더를 키우기 위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서 각각 6개월씩 지내며 각 교육·정부 기관들과 연계해 문제 해결 방법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런 대학 교육의 틀을 확립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미네르바 대학과도 협의하고 있다. 염 위원장은 “하버드, MIT 대신 태재대학을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전 세계 우수 인재들을 뽑아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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