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웠던 '젊은 고참'.."1군, 안 올라가는 게 낫겠어"[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이 상태라면 안 올라가는 게 낫겠다."
한화 외야수 노수광(31)은 올 시즌을 치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선 성적이 너무 저조했다. 15일까지 43경기서 타율 0.213 2홈런 10타점 16득점 9도루. 그런데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었다. 자신의 야구가 잘 안 되는데 동료와 팀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했다.
타율 그래프는 좀처럼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4월 0.100, 5월 0.234, 6월 0.149. 전반기 35경기서 0.183 1홈런 4타점 13득점에 그쳤다. 주장을 반납했고, 2군에 내려갔다. 2군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올 시즌이 아닌 내년까지 바라봤다.
6월26일 KT전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7일 NC전까지 도쿄올림픽 휴식기 포함 2개월 반 가량 2군에 머물렀다. 이 기간은 결국 노수광에게 약이 됐다. 긴 호흡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자연스럽게 후반기 대반격의 동력을 만들었다.
노수광은 1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야구가 생각대로 안 되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2군에 내려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이 상태라면 1군에 못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보다 '안 올라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콜업 직전에 느낌이 괜찮았는데, 1군에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보다 2군에서 내년을 생각하고 더 연습해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마음을 비우니 길이 보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따르면 노수광은 타격 시 방망이 위치를 조정하는 등 기술의 변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1군에 돌아온 뒤 8경기서 23타수 8안타 타율 0.348 1홈런 6타점 3득점. 15일 SSG전서 홈 쇄도를 하다 포수와 충돌, 발목 염좌 증세를 보였으나 심각한 건 아니다.
노수광은 "아직 1군에서 몇 게임 하지 않아서 2군에서 연습한 게 잘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군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다. 처음에는 느낌이 오지 않았으나 콜업 될 때쯤 느낌이 왔다.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데 내가 느끼기엔 큰 변화였다"라고 했다.
사실 주장을 내려놓을 때도 고민이 많았다. 다른 팀이라면 만 30세는 고참과 저연차들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화는 급진적 리빌딩 중이다. 30대 선수가 거의 없다. '젊은 고참'이자 '젊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있었다.
노수광은 "부상도 아니고 못해서 나가지 못했다. 야구를 못하니 나서서 해야 할 일들도 못하게 되더라. 결국 내가 주장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데 나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내년을 위해 천천히 정비하니 1군 콜업 기회가 빠르게 찾아왔다. 그 기회를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고참'이 해야 할 역할까지 해낸다. 수베로 감독도 "베테랑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슬럼프가 온다. 자신의 노선을 찾아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면 본인에게도 좋고 다음시즌도 기대할 수 있다. 헛스윙률이 줄었다"라고 했다.
노수광은 "아직 많은 나이도 아니고, 몸도 달라진 건 없다. 살이 찌거나 둔해지거나 스피드가 줄어들지 않았다. 감독님도 나를 다시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좋은 느낌이다. 안타도 나오고 정타 비율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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