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나 잡아봐라'는 얼룩말..황나현 '싱그러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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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쯤 '얼룩말'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작가 황나현(41)의 작품이라면 머리에 꽃장식을 올리고 목에 두툼한 구슬목걸이를 휘감은 그 얼룩말이 등장해야 하는 거다.
얼룩말은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이 잎 저 잎 위를 날아다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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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 원시림 배경에 세웠던 작가 시그니처
인간세상 화분에 들이며 시도한 화면의 변화
주역 내려놓고 조연 자유얻은 얼룩말 스토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쯤 ‘얼룩말’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작가 황나현(41)의 작품이라면 머리에 꽃장식을 올리고 목에 두툼한 구슬목걸이를 휘감은 그 얼룩말이 등장해야 하는 거다. 그것도 화면의 중심에 당당한 주인공으로.
그렇게 한동안 그림 속을 헤맨 끝에, 기어이 찾아내고야 말았다. 초록잎이 무성하게 뻗어간, 그 잎의 끝을 노란꽃이 앙증맞게 마무리한 저 옹기화분 속에서. 얼룩말은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이 잎 저 잎 위를 날아다니는 중이다.
낙원이라고 믿게 하는 밝은 원시림에 세운, 건장한 얼룩말은 작가의 시그니처였다. 대자연의 포용력을 든든한 배경으로 인간세상에 화해를 제안하는 제스처, 마치 ‘네가 한 일을 다 용서하마’라는 듯한 선한 눈빛을 쏴대며 말이다.
그 얼룩말을 직접 인간세상에 들인 게 작가 작업의 변화라고 할까. 아무리 잘 키웠더라도 화분을 자연이라고 하진 않으니까. ‘싱그러운 여름’(2021)은 작가가 쓰고 그리는 ‘얼룩말 스토리’의 후속편쯤 되겠다. 기꺼이 주역을 내려놓고 조연의 자유를 얻은 얼룩말의 활약이 기대되는.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강형구·이명호·이지환·채성필과 여는 5인 기획전 ‘사고의 다양성’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16.8×91.0㎝.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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