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중국 공산당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2021. 9.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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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월31일은 걸그룹 아이즈원의 멤버였던 장원영의 생일이었다. 이미 해체한 팀인 데다가, 솔로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장원영의 팬덤은 이 시기를 즈음하여 서울 지하철역을 장원영으로 도배했다. 장원영 팬클럽이 산 광고판만 1200개 이상으로 추산되니, 얼마나 큰 비용이 들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중국 팬클럽에서 나왔다. 중국 팬클럽은 몇 달 전부터 웨이보 공식 계정을 중심으로 모금 행사를 진행, 우리 돈으로 약 3억6000만원을 모았다. 잠깐, 여기서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즈원과 장원영은 중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적이 없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중국에 방영된 적이 없고, 아이즈원과 장원영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만 활동했다. 알다시피 중국에서는 유튜브를 비롯한 서구 SNS를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팬으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행동하게 했다. K팝 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자, 중국 내 K팝 팬덤의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중국 당국이 ‘대중문화 정풍운동’에 착수했다. 여태껏 볼 수 없던, 강력한 조치가 연일 시행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SNS인 웨이보에서 연예인 관련 계정 수천개가 일거에 날아갔다. 그중에는 당연히 K팝 아이돌의 계정도 적지 않다. 과거 사드(THADD) 배치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내렸던 한한령(限韓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한령이 한국 대중문화를 배격하는 정도였다면, 정풍운동은 중국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과 팬덤 문화를 짓밟겠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고도화되고,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국 당국은 병적으로 공산당 조직이 통제할 수 없는, 인민들 간의 담화 네크워크를 막아왔다. 일찌감치 ‘인터넷 만리장성’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를 차단했다. 어떠한 반체제적 정보도 유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정풍운동은 역으로 시진핑 우상화의 걸림돌이 팬덤의 조직력과 행동력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돌 팬덤은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자금력과 행동력, 효과적인 문구를 고르고 이를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 해외 매체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소통 능력, 검열을 피해 해외 현지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어떠한 이해 관계나 신념에 엮이지 않고도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 어디 있을까. 오직 팬덤뿐이다. 중국 전역에서도 도시 청년들이 주요 구성원이기도 하다. 만약 이들 사이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온한 생각이라도 퍼진다면? 이는 온라인상에서 ‘제2의 천안문’이 발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없던, 디지털과 팬덤이라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하는. 그 힘은 파룬궁에 비할 바 아닐 것이다.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의 결집력과 행동력을 보라. 20세기 대중문화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도래한 문화인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선 한국 아이돌의 열광적 팬들이 존재해왔다. K팝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류’라는 단어도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많은 중국 예능이 한국 프로그램을 베끼다시피 했고 한국 아이돌을 따라하는 중국 아이돌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팬덤 문화 또한 한국의 그것과 많은 유사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이에 따라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중화사상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정풍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시진핑 정부의 지지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중국의 많은 통계들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또 하나 알고 있다. 금지된 대중문화란 더 많은 열망을 낳는 법이란 걸. 금지된 걸 사랑하는 이들끼리는 더욱 뭉치고자 한다는 걸.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대중문화 정풍운동을 보며 셈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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